연말 시상식 퍼포먼스, 왜 다 고만고만할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2.19 10: 59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그 좋은 노래를 왜 굳이 저렇게 바꿨지?
연말 시상식을 보다 보면, 멀쩡한 원곡을 괜히 리믹스해 새롭게 선보이는 무대들이 줄을 잇는다. 연말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상식들끼리 무대는 분명 다른데, 얼핏 보면 차이점은 잘 모르겠고 꽤 자주, 원곡보다 못한 '스페셜' 무대가 펼쳐져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콜라보를 '핑계'로 여러 그룹의 멤버를 섞어서 새 무대를 선보이거나 캐롤, 선배 가수의 노래 등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역대급'으로 기억에 남을만한 퍼포먼스가 지상파 3사 무대에서 탄생한 적은 거의 없었다.

올해는 SBS '가요대전'이 21일 개최로 일찍이 떨어져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열흘 안에 3개의 대형 시상식이 있는 스케줄은 가수 입장에서 실로 버겁기 그지 없다. 예쁜 옷을 차려입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와도 되는 연예대상이나 연기대상과 달리 가수는 무대를 꾸며야 하고, 또 인기 가수라면 3사를 다 나가는 게 '자존심'이다보니, 연말 대형 기획사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토로가 이어진다.
그뿐인가. KBS '뮤직뱅크', MBC '쇼!음악중심' 등도 연말 결산을 따로 준비해서, 정상급 그룹의 경우 한 곡을 갖고 무려 다섯개의 스페셜 무대를 꾸며야 하는 상태에 이른다.
시청자가 보기엔 안무 동선만 살짝 바꾼 것 같지만, 가수 입장에선 적지 않은 수고가 투입되는 일이다. 리믹스 음원을 따로 제작해야 하고, 여기에 안무를 맞춰서 실제 행사보다 일주일 가량 먼저 제작진에게 동영상으로 보내야 한다. 각 버전별로 연습기회는 길어야 두 세번. 당일 리허설 현장에서 겨우 최종 연습에 돌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완성도는 그림의 떡일 뿐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프로'라고 인정해야 할 지경이다.
일찍이 준비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도 쉽지 않다. 어쨌든 가수는 제작진의 섭외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 어떤 무대를 몇분 길이로 주문할 것인지는 미리 예측할 수가 없다. 섭외 상황은 자주 바뀌고, 연출도 시시각각 바뀌어 고작 일주일 전에야 추가 리믹스 등을 통보받는 경우도 많다. 출연 가수들은 12월 중순부터는 시상식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방송사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시상식에 일부러 불참할 수는 없는 노릇. 또 그렇게 바쁘게 연말을 보내던 가수가 시상식에 못서게 되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차라리 원곡은 그대로 두고, 다른 스페셜 퍼포먼스를 덧붙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레퍼토리는 많으니까요. 그런데 올해의 히트곡을 부르되 무대마다 다 다르게 할 것을 주문하니까 준비할 건 많아지고 완성도는 떨어지고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수년째 연습실에 연말을 반납한 한 아이돌 가수의 토로다. 물론 이렇게 바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는 말도 잊진 않았다.
rinny@osen.co.kr
지난해 진행된 지상파 가요 연말축제.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