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이 우리 계획대로 다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가 쓴 시나리오는 항상 수만가지 변수와 함께 수정되고, 분명 해피엔딩을 예상하고 써나가지만 새드엔딩일 때가 많다.
tvN '미생'이 그랬다. 오상식(이성민)은 남들이라면 쓰지 않았을 시나리오를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에게 세뇌시키며 써나갔지만, 역시나 엔딩은 '새드'였다.

오상식은 최전무(이경영)가 제안하는 사업을 수락한다. 영업 3팀을 총알받이로 쓸려는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도, 이 일이 잘 될 경우 계약직 장그래(임시완)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 계획에 뛰어든다. 평소 자신이 일하는 스타일대로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
이 사실을 안 장그래는 자신 때문에 3팀이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 오상식을 만류한다. 하지만 오상식은 무리하게 최전무와 손을 잡고, 결국 중국쪽의 제보로 본사에서 최전무의 비리 사실을 알게 되고, 최전무는 징계를 받는다.
3팀은 최전무의 비리를 문제 삼은 것과 구제하려고 했던 노력이 인정돼 살아남는다. 하지만 이번 일로 중국과 거래를 하던 팀들이 모두 타격을 받고, 그 화살은 고스란히 오상식에게 겨냥된다. 팀 간 업무 협조마저 되지 않는 상황. 3팀은 회사 내에서 왕따를 당한다. 결국 오상식은 자신이 그만둬야함을 알고, 사표를 던진다.
오상식은 사표를 만류하는 선차장(신은정)에게 "직장인들은 누구나 사표 한 장을 가슴에 품고 산다"며 "출근할 때 그 사표를 쓰고 온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오상식이 사표를 쓰자, 3팀은 물론 인턴 4인방은 울음을 참지 못했고, 특히 장그래는 자신 때문에 오상식이 사표를 썼다고 자책하며 오열했다.
오상식은 과거에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그래서 장그래 인생에 뛰어드는 게 과연 맞는 건가, 괜한 오지랖은 아닌가, 고민도 수없이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되기를, 그래서 장그래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처럼 냉혹했고, 일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죽는 것도 아닌데...장그래 버텨라"라고 말하던 오상식의 말이, 하지만 장그래에겐 가장 큰 위로이자,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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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