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삼시세끼’ 이서진+나 PD, 이쯤되면 믿고 본다[종영]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4.12.20 07: 33

“이 프로는 망했어.”
이서진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가 밥 한 끼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전하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투덜거리면서도 자기 일은 묵묵하게 다 하는 이서진, 반려견과 염소에게 이름을 부여하며 러브라인까지 만드는 기기묘묘한 나영석 PD는 이번에도 흥행에 성공하며 믿고 보는 조합임을 증명했다.
‘삼시세끼'는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가장 어렵게 해 보는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4.29%(닐슨코리아, 케이블기준)로 첫 회를 시작한 ‘삼시세끼’는 회를 거듭할수록 호평 받으며 9회까지 8.75%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은 작위적인 예능적 요소가 없었다는 데 있다. 시골에서 가마솥, 맷돌, 절구 등 아날로그적인 도구들을 이용해 텃밭의 음식으로 끼니를 만들어 먹는 출연자들의 소박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따뜻한 재미를 선사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삼시세끼' 최종회 또한 지금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앞서 정선을 찾은 이승기, 김광규는 다시 정선을 방문한 윤여정, 최화정과 함께 만두를 빚으며 소박한 한 끼를 함께했다.
이를 통해 이승기와 택연은 “가내수공업 과정이 너무 힘들다”며 만두를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알게 됐고, 윤여정은 증조할머니와 만두를 빚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윤여정은 “증조할머니께 정말 미안하다. 어렸을 때는 그 사랑을 몰랐다”며 “증손녀 딸이면 얼마나 예뻤겠느냐. 할머니가 나를 정말 예뻐하셨는데 나는 할머니께 더럽다고 저리 비키리라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여정은 그러면서 “나는 요새도 매일 자기 전에 반성한다. ‘할머니 정말 잘못했어요. 정말 미안해요’라고. 내가 이 다음에 어딘가에서 할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면 사과하고 싶다”고 덧붙여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이에 최화정은 “요즘 조카 아침밥을 챙겨준다. 그런데 안 먹고 가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런 마음을 모르고 나는 엄마가 아침밥을 챙겨주면 짜증내고 그랬었다”며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그걸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이냐. 안 그랬으면 한이 돼서 울었을 것 같다”고 어렸을 때는 몰랐던 집밥의 의미를 전했다.
게스트가 네 명이나 온 덕분에 분위기는 시끌시끌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구석에서 설거지를 마친 이서진은 “난 시끌시끌한 게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서진은 승기도 놀랄 정도로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움이 역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후에야 “화기애애하고 시끌시끌한 분위기에서 자라지 않아서 어색하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프로그램의 실패를 예언하며 불평불만을 쏟아냈던 이서진은 마지막까지 한곁같이 투덜거렸다. 그는 정선을 떠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지금 나보고 기분 좋았냐고 묻는 거 아니지? 기분 더러웠냐고 묻는 거지? 내년엔 그냥 농작물 안 심었으면 좋겠어”라고 까칠하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이서진과 나PD는 ‘1박 2일’ 미대형을 시작으로 ‘꽃보다 할배’ 짐꾼 서지니를 거쳐 ‘삼시세끼’ 설거지니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3연타석 흥행 홈런을 날렸다. 환상적인 호흡으로 관찰 예능의 패러다임을 또 한번 바꾼 두 남자. 이들의 다음 만남에 귀추가 주목된다.
‘삼시세끼’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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