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 없던 신다운, "이제 진규형에게 연락할 수 있겠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2.20 21: 16

"이제 (노진규에게)연락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안방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1500m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신다운(21, 서울시청)이 골육종암으로 투병 중인 선배 노진규(22, 한국체대)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전했다. 신다운은 20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 4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서 2분20초755를 기록,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을 차지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1차 대회부터 이번 4차 대회까지 계주를 포함해 4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신다운은 상하이에서 열린 3차 대회에 이어 이 종목에서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노골드에 그친 남자 대표팀의 부진 속에 노진규를 대신해 에이스 역할을 해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던 신다운은 많은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이날 1500m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노진규의 얼굴이 그려진 사진을 꺼내든 신다운은 시상대 위에 사진을 가면처럼 둘러쓰고 올라갔다. 노진규에게 금메달을 바치는 신다운의 각별한 세리머니였다.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도 투병 중인 쇼트트랙의 차세대 황제와 그의 뒤를 잇는 후배를 따뜻한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신다운은 "진규형 주종목이 1500m이니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고 세리머니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3차 대회 끝나고 준비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기분이 좋고 무척 기뻤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올해 1월 프랑스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도중에 진규형 소식을 들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동료의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 상태에서도 형이 우리와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나갔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이야기한 신다운은 "원래 이 세리머니는 올림픽 때 하려고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올림픽에서 부진한 바람에 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동안 형이 노력해준 결과에 내가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연락도 못하고 병문안도 못 갔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병문안 가서 형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쓰린 속을 털어놓은 신다운은 "이제 연락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노진규에게 1500m 금메달을 전해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의 부진을 씻고 2대회 연속 1500m 금메달과 월드컵 시리즈 4대회 연속 금메달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다운은 "아직 4차 대회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 끝난 후 한 달 가량 있는 시간 동안 부족한 점을 보강해서 5, 6차 대회는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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