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은 훌륭했다. 하지만 최종화는 이상했다.
장그래(임시완 분)의 성장을 보여주고자 한 것도, 이국적이고 황량한 모랫길을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도 이해는 하지만, 요르단까지 가서 왜 액션 영화를 찍어왔는지는 영 의문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가 거들떠 보지 않았던 직장인, 즉 인턴, 계약직, 알파걸, 워킹맘, 대리, 차장, 임원급의 딜레마와 고민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이 드라마는 지난 20일 마지막회에서 난데 없는 액션극으로의 장르 변환을 시도하며 서걱거리는 엔딩을 맞았다.

평생 바둑을 두다 상사맨이 된 장그래는 요르단에서 갑자기 리암 니슨이 됐다. 추격전을 벌이다 차에 치이고도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달릴 때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건물 옥상에서 옆 건물 창문으로 뛰어서 여유있게 착지하는 순간에는 두 눈을 의심했다. 취미로라도 운동하는 신 한번 없던 이 남자는 갑자기 액션 스타 능가하는 담력과 운동 신경을 자랑하며 기존 캐릭터를 배반해버렸다.
손에 잡힐듯 안잡히는, 지극히 현실적인듯 이상적인 상사로 사랑받은 오상식(이성민 분)은 이국적인 요르단을 배경으로 현자가 됐다.

오상식은 "내가 어렸을 때 꿈이 세계를 누리는 거였다. 여기 이 길도 무역이 쇠퇴하면서 천년이 넘게 잊혀진 길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잊었다고 꿈이 꿈이 아닌 건 아니었다는 거.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길이 아닌건 아니었다는 거.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근엄하게 말했다.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의 자세는 이 작품이 여러차례 대사를 통해 강조해온 주제였다. 하지만 갑자기 달라진 드라마 톤과 배경에서 이어지는 명대사는 예전처럼 와닿지 않았다.
엔딩마다 다양한 딜레마를 다루며 뭉클한 여운을 남겨왔던 드라마였기에, 이같이 화려하고 지나치게 매끈한(척 하는) 최종 엔딩은 마치 1회에서 품이 큰 양복을 입고 등장한 장그래 같았다.
꿈과 같았던 로맨스를 진짜 꿈이라고 결론내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던 '파리의 연인'의 역대급 결말 이후 가장 당혹스러운 최종화였다.
더구나 다음 작품 예고편도 돕지 않았다. '미생'의 잘못은 아니지만, 곧바로 이어진 패러디작 '미생물'의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는 장수원의 예고 대사는 온힘을 다해 아주 조금 남겨뒀던 일말의 여운마저 한방에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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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