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플로우의 음악은 슬프면서도 익숙하다. 담담하게 감성을 두드리는 그의 노래가 듣는 이를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레터플로우는 실제로 만나 보니 그의 노래처럼 차분하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직접 쓴 편지처럼 노래 속에 가사와 선율이 흐른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 ‘레터플로우’와도 잘 어울렸다. 그는 “주위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편지 같다고 하더라”며, 자신의 노래에 대해 “미련이 남은 남자 얘기”라고 정리하며 웃었다.
“저는 밝은 노래가 많이 없어요. 안 만드는 이유가, 잘 못하기도 하지만, 기쁘거나 밝은, 행복한 사람들은 굳이 밝은 노래를 안 만들어도 밝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별한 사람들이나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은 가장 큰 위로가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힘들 때 이 사람도 나랑 같은 경험이 있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조금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아주 어리지는 않지만 어리다면 어린 나이 24세. 레터플로우는 말 할 때에도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면서 성숙한 태도로 답을 해나갔다. 작곡, 작사 작업을 할 때에도 듣는 이의 생각에 몰입하고 공감하려 하는 그의 노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가사도 노래하는 사람이 전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시적으로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듣는 사람이 느껴졌을 때 생각 나는 사람들이 다르니까, 편지를 썼다고 생각을 하게 하고 싶었어요.”

레터플로우는 지난 10월 24일 가수로서 정규 1집 ‘누군가로부터’를 발표했다. 제목부터 편지를 연상하게 하는 앨범 타이틀. 타이틀곡 ‘사실’을 포함해 총 10곡 중 7곡이 이별노래다. 잊는 것에 대한 것, 또는 혼자 있고 싶은 날의 외로움 등을 담은 곡들인데, 마음 아픈 이들을 공감을 통해 위로하고 싶다는 그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 외에도 20대들의 고민과 막연함에 대한 곡들도 담겨 그가 할 수 있는 공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타이틀곡 ‘사실’은 멜로디가 쉽고, 확 들어올 수 있는 곡이기도 해요. 이별에 대한 곡인데, 가을 날 걸어가다가 바람이 불어 와서 바람을 맞았을 때 헤어진 연인이 생각이 난다는 내용이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슬픈 것은 헤어짐도 슬프지만, 지난 시간을 인정하는 단계도 정말 슬프다고 생각하거든요. 없어지는 거니까요. 추억을 잊으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사실’..그래서 ‘사실’이에요.”
감성 풍부한 곡만큼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곡 작업을 할 것 같은 그이지만, 사실 감정 표현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별 곡이 많은 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담기는 것도 사실. 그는 “내 얘기를 했을 때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표현 방식에서 차이를 두기는 하지만 내 얘기 위주로 가사를 쓸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할 때마다 크게, 크게 만나고 이별했어요. 저는 조금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사람을 잘 못 잊어버리는 성격이 있는데, 저도 제 곡 들으면 많이 느껴져요. (웃음) 제 노래를 들으면서 스스로가 위로가 된다는 말은 아닌데요, 제 얘기를 곱씹는 거니까요. 희생정신 같네요.”

레터플로우가 작곡 공부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시절. 보컬 전공으로 대학에 간 그는 부전공 개념으로 작곡 공부를 계속 했다고 한다. 보컬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됐던 그에게 작곡이란 하나의 돌파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을 보컬 전공으로 갔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뒤쳐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냥 노래로는 안 되겠다 생각해서 내가 부를 수 있는 곡을 만들기로 했죠.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어요. 제가 만든 곡을 제가 못 부를 때도 있고…사람들은 보통 고음이 잘 돼야 듣는 스타일이 많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고요. 그런데 굳이 고음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인디 음악을 접하게 됐어요.”
그렇게 인디 활동을 하던 그는 이와 함께 음악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찰나에 쇼파르뮤직과 만났다.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경력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혼자서 싱글을 내고, 그러면서 모아둔 곡들을 썩히기 보다는 회사에 보내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 번에 될 생각은 안 했고, 꾸준히 해볼 생각이었어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정규 1집은 물론 전곡 본인 자작곡으로 구성됐다. 레터플로우는 “아직 레터플로우가 제가 아닌 것 같다”며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새 앨범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많다며 “욕심은 많았는데 그 욕심을 채울 만큼의 부족함이나 부끄러움도 많은 것 같다”고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욕심이 많다 보니까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돼요. 슬럼프에도 잘 빠지고 잘 헤어나오지도 못해요. 만족할 날이 올까요? 조금 추상적인데…제가 생각하는 소리들, 제가 머릿속에서 처음 그렸던 멜로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채워지고 실질적으로 표현된다면 아마 그 때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그러면서 레터플로우는 롤모델로 단연 가수 이소라를 꼽았다.
“가사를 많이 쓰시는데 그 가사들이 정말 가슴을 후벼 파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어떻게 저런 노래를 부를까요. 노래를 부를 때 그 표현 방법들도 많이 닮고 싶고…감히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이소라 님께 피처링을 부탁 드리고 싶어요. 작곡으로는 김동률, 이적 님도 정말 좋아해요. 대학교 입시곡은 이적의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였어요.”
레터플로우의 음악은 외로운 이들의 위로가 되는 음악. 강렬하기 보다는 깊숙하게 감성을 흔드는 그의 노래가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힐링’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듣는 사람들이 꾸준히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잠깐 ‘와’ 하고 듣는 게 아니라, 소수의 사람이라도 꾸준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안효성이라는 사람이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레터플로우만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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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르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