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선수? 열심히 훈련하고 또 연습하면 시대에 맞춰진 새로운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이정수(25, 고양시청)가 오랜만에 쇼트트랙 월드컵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정수는 21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 4차 대회 남자 30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시즌 시범 종목으로 4차 대회부터 채택된 3000m에서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다운 위엄을 보이며 금메달과 은메달(곽윤기), 동메달(신다운)까지 모두 독식했다.
이정수가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지난 2011-2012시즌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월드컵 5차 대회 당시 1500m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13-2014시즌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신 이정수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올림픽 출전을 꿈꿨다. 하지만 빙속의 벽은 높았고, 이정수는 다시 고향과 같은 쇼트트랙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해서,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뜻깊다"고 소감을 전한 이정수는 "스피드스케이팅은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었다. 내 종목은 쇼트트랙이다"라고 단언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것은 괜찮은데, 반대로 스피드스케이팅을 타다가 쇼트트랙으로 돌아오려니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적응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덧붙인 이정수는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이다.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에 만족한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준결승에서 한국 선수 3명이 함께 경기하게 돼서 고민했다. 준결승에서 체력을 많이 썼기 때문에 힘들 것 같아서 (결승에서는)작전을 썼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3명이나 들어가있었고, (치고 나가는데)아무도 따라오지 않아서 편안하게 탄 것 같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로 부진했던 남자 대표팀은 최근 상승세를 회복하고 있다. 팀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곽)윤기와 내가 막내 입장이었는데 이제 형으로서 후배들과 함께 하게 됐다. 대표 선발전 방식이 바뀌어서 3차까지 치르게 됐고, 선수들도 강도 높은 훈련량을 소화 가능하다.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지난 미디어데이에서 곽윤기는 자신을 신세대 선수들과 비교해 '구식선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정수는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오래 됐다. 벌써 내년이면 27세(만 26세)다. 하지만 안현수 선수나 찰스 해믈린 선수도 그렇고 모두 나이대가 많다. 금방 은퇴하는 경향이 없어졌다"며 "신경쓰지 않고 훈련하고 또 연습하면 구식선수가 아닌, 시대에 맞춰진 새로운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새로운 선수'로 거듭날 이정수의 도전은 이제 막 다시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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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