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김혜자 위한 '런닝맨'의 기분 좋은 외도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2.22 06: 57

기존 '런닝맨'과는 달랐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배우 김혜자가 있어 훈훈했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는 김혜자와 강혜정, 이천희가 출연한 '산타복권 레이스'로 꾸며졌다.
이날 '런닝맨'은 역대 최고령 게스트인 김혜자를 배려한 듯 동선이 짧고 간단한 게임으로 구성됐다. 평소엔 팀을 나눠하는 경쟁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출연진 전원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부족한 긴장감은 몰래 카메라로 채워넣었고, 획득한 상금은 전액 기부를 결정해 의미를 더했다. '런닝맨'은 이름표 떼기로 대표되는 몸을 이용하는 예능프로그램이었지만, 이날만큼은 편안하고 아기자기했다.

김혜자 역시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했다. 그로선 제법 무거운 주사위를 내동댕이칠지언정 열심히 했고, 물건을 찾기 위해 체험관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말하는 게 올드 패션"이라며 우아하지만 재치 있는 멘트로 웃음을 주는가 하면,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라고 개리를 타박하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종미션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던 것 역시 후배들의 배려, 김혜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고난 수줍음은 그의 매력이었다. 훌라후프 연습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창피해"라고 카메라에 등을 돌리는가 하면, 문을 닫고 들어가 혼자 연습을 했다. 본격적인 게임에선 혼자하면 부끄럽다며 다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촬영이 만족스러운지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런닝맨'에 고정출연하고 싶다. 행복하다"며 해맑은 미소를 짓다가, 이내 쑥스러운 듯 "헛소리 했어, 미안"이라고 덧붙였다.
인자한 선배이기도 했다. 빙고퀴즈가 몰래 카메라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비록 홀로 정답을 맞추지 못해 난감해 했지만,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후배들에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들 똑똑하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몰래 카메라 중에도 김혜자는 "문제에 답이 있다는 거죠?"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취했고, 일부러 어설픈 설명을 한 하하를 감싸주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런닝맨'의 재미는 때론 출연진들의 과격한 몸싸움이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게임 결과에서 온다. 하지만 게스트에 맞춘 일시적인 포맷 변화는 적절했다. 연예계 어른이면서 소녀 같은 김혜자가 있어 연말 분위기에 맞는 포근함도 감돌았다. 이날 '런닝맨'이 더할 나위 없이 훈훈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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