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던 LIG손해보험이 1승 이상의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항상 자신들을 가로막았던 그 고비를 뛰어넘었다. 그 경험에서 시즌 전체의 ‘고비’를 넘길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했다면, LIG손해보험의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LIG손해보험(이하 LIG)은 2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최근 2연승 행진이자, 프로배구 출범 이래 천안 원정에서 26번 모두 졌던 지긋지긋한 징크스도 벗어났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하며 기쁨을 마음껏 누렷다.
“경기를 잘하고도 진 경우가 많았다”라며 ‘천안 징크스’를 회상하는 주포 김요한의 말 속에서 LIG의 올 시즌이 오버랩된다. LIG는 올 시즌 경기를 잘 풀어나가다가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기가 속출했다. 승리, 그리고 승점을 많이 잃은 이유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1세트에서 듀스 접전 끝에 34-32로 이기며 자신감을 얻었다. 5세트에서는 12-14로 뒤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똘똘 뭉치며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경기 후 문용관 LIG 감독의 말대도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심리적인 문제였다. 문 감독은 “우리의 훈련량이 절대 적은 편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20점 이후 승부처에서 선수들의 심리가 계속해서 흔들렸다는 게 문 감독의 진단이다. 문 감독은 “(승부처에서 부진한) 이유를 유심히 살펴봤더니 부담감이더라. 신예 선수들, 세터들이 20점 넘으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라고 돌아봤다. 김요한은 “2%도 아닌, 0.5%가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상대적으로 노련한 상위권 팀은 이런 LIG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깨지면서 배우는 것이 있었다. 최근 2경기에서는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승리였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살아날 수 있다. 자신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던 두려움을 덜어냈다는 것도 소득이다. 김요한은 이날 경기 후 “오늘은 부족했던 부분을 잘 채운 것 같다. 오늘을 계기로 자신감을 가지고 전진했으면 좋겠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LIG는 22일 현재 승점 17점으로 6위에 처져 있다. 3위 대한항공(승점 29점)과의 승점차는 12점이다. 크다면 크다고도 볼 수 있는 차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절반이 남아있다. 여기에 일대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남자부다. 선두권 및 3강이 쉽게 치고 나가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LIG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분명 기회는 찾아올 수 있다. 성적과는 관계없이 팀의 고질병이었던 세터와 수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문용관 감독의 노력도 서서히 빛이 날 때가 됐다. 매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한 시즌을 그르쳤던 LIG가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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