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딜레마’ 현대캐피탈, 상위권 도약 기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22 06: 50

팀에 대한 융화력은 인정을 받고 있다. 새 바람을 불어넣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외국인 선수로서의 해결사 몫은 물음표로 남아있다. 새 외국인 선수 케빈 르루(25, 209㎝)의 어깨에 현대캐피탈의 상위권 도약이 달려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남자부 팀들 중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던 리버맨 아가메즈를 퇴출시키는 큰 결단을 내렸다. 그 대체 외국인 선수가 케빈이었다. 활약은 쏠쏠했다. 공격에서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는 선수는 아니지만 강한 서브와 높이, 그리고 동료들 사이에서의 친화력으로 현대캐피탈의 반등을 이끌어냈다. 대체 외국인 선수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런 케빈이 만든 바람 속에 현대캐피탈도 점차 자신들의 위치를 찾아 들어갔다. 아가메즈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고전했던 현대캐피탈은 케빈의 합류 이후 점차 이기는 경기를 많이 만들어갔다. 그 결과 22일 현재 승점 27점으로 3위 대한항공(승점 29점)에 2점차로 따라붙었다. 선두 OK저축은행(승점 32점)과의 승점차도 많이 줄였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케빈의 활약에 따라 기세는 더 타오를 수도, 혹은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까닭이다.

케빈은 아직 강인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역시 해결 능력이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줘야 한다. 그 한 방 싸움에서 경기의 승패가 갈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케빈의 경우는 이런 측면에서 다소간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서브(전체 3위)와 블로킹(전체 11위)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올 시즌 공격 성공률은 44.79%에 머물고 있다. 외인 선수들에게 필수적인 후위 공격 능력도 아직은 미지수다.
22일 천안에서 열린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도 그런 문제점이 드러났다. 경기 내내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5세트에서 끝내야 할 때 해결사 몫을 못했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후 “케빈이 결정적인 순간 해결을 해줘야 했다. 좀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외국인 선수라면 자신이 세트를 끝내겠다는 책임감과 함께 승부처에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다만 아직 이 보직이 낯선 케빈은 조금 수동적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토종 거포인 문성민이 자신의 몫을 하며 날개 한 쪽이 살아났다. 윤봉우 최민호 등이 버티는 중앙도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케빈의 활약상에 선두권 도약이 달려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케빈이 승부처에서 득점을 낼 수 있다면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가진 현대캐피탈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할 경우 경기를 잘하고도 승점을 잃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이제 케빈은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선다. 오는 25일 대전에서 삼성화재와 라이벌전을 갖는다. 상대는 리그에서 그 해결사 몫을 가장 잘 하는 레오다. 케빈에 대해 다소간 아쉬움을 토로했던 김 감독은 이내 “마지막에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라며 기대감을 되살린 뒤 “크리스마인데 케빈을 빠뜨리지 않고 가겠다”라며 케빈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심산을 드러냈다. 케빈이 팀과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현대캐피탈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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