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없는 한국영화? 장그래 빠진 '미생'이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22 10: 59

오달수 전성시대다. 이 배우, 주연 못지않은 조연이고 연기로는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요즘 흥행작들 가운데 오달수 빠진 한국영화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인물은? 관객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언급 보류다. 그래도 보면 볼수록 정감 가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배우가 바로 오달수고 주연을 더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시대 최고의 조연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오달수는 올 연말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국제시장'에도 출연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해적' 갖고 대박 낸 뒤 '슬로우 비디오'에서 웃기더니 '국제시장'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중이다. 지난 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호빗3'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개봉 첫 주말 스코어가 벌써 150만을 돌파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또 하나의 천만영화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제시장' 속 달구는 평범한 조연이 아니다.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와 덤앤더머의 콤비 이상으로 영화 내내 붙어다니는 인물이다. 새파랗게 젊은 20대부터 허리 꼬부라진 80살 노인까지, 황정민과 오달수는 이 두 배우가 아니면 도저히 기대할 수 없을 명연기를 펼쳤다. 예능으로 치면 MC 황정민이 던지고 게스트 오달수가 받아치는 환상의 리액션이 '국제시장' 전편에 흐르고 있다.

오달수는 '국제시장'을 통해 생애 최고의 연기 내공을 선보였다. 왕년의 트위스트 김을 연상시키는 올빽 헤어스타일에 새빨간 가죽점퍼를 폼나게 걸친 달구는 요즘 기준으로 볼 때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동시에 섹시하고 귀엽다. 파독 광부 시절 갱도 붕괴 사고로 목숨이 경각에 달한 순간, 소꼽친구 덕수에게 "나를 두고 가면 평생 귀신되서 쫓아다니겠다"는 그의 절규는 인간미가 철철 넘친다.
그뿐일까. 오로지 청춘의 꿈이 백마(?)였던 달구의 댄스 파티 트위스트 무대와 무서운 첫날 밤 장면에서는 절로 배꼽을 쥐어잡을 밖에. 평생을 오롯이 친구 덕수와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관객은 어느새 울다가 웃다가 또 울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관객을 빨아들이는 매력, 그게 바로 오달수의 힘인 것일까.
자칫 그냥 넘어가긴 쉬운 오달수의 대기록 하나! 지난 2012년 '도둑들'로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추가했던 그는 그 해 '7번방의 선물'로 천만영화 한 편을 추가했고, 지난 해 '변호인'으로 1137만명을 끌어모았다. 올해는 '해적' 800만 명으로 3년연속 천만영화 출연에 실패하는가 했더니 '국제시장'으로 기록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정녕 오달수 빠진 한국영화는 단팥없는 단팥빵아닐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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