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 없이 빠른 전개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전개에 중심을 잡는 이는 치열한 연기 대결을 펼치는 배우들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펀치' 3회에서는 박정환(김래원 분), 신하경(김아중 분), 이태준(조재현 분)을 둘러싸고 7년 전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왜 정환이 태준의 충실한 부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와 동시에 하경과 태준의 전쟁까지 한시간여의 러닝타임동안 모두 등장했다.
이처럼 빠른 전개는 자칫 시청자들을 따돌리고 드라마 혼자 내달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펀치'는 오히려 빨려들어갈 듯 몰입력을 높였다. 이는 촘촘하게 짜여져 강약 조절까지 해낸 대본의 덕분도 있겠지만, 세 배우가 주축이 돼 펼치는 열연이 단단하게 뒷받침돼 가능한 일이었다.

눈에 거슬린다거나 어색한 티가 나는 장면은 없었다. 김래원은 태준에게 충성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복종하지는 않는 정환을 표현했다. 정환은 "10분만 시간을 끌라"는 태준의 지시에 따라 검사들을 따돌리려 애를 쓰다 결국 빌딩 밖으로 몸을 내던지기까지 했다. 이 장면에서 김래원은 쿨하고, 대담하며, 충성심까지 엿보이는 정환을 만들어냈다. 자칫 태준의 하수인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오히려 태준보다 당당하고 여유있는 정환으로 그려내면서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이날 방송에서 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한 김아중도 만만치않았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 하경은 극 중 가장 정의로운 캐릭터다. 정의롭다는 건, 착한 편에 선 인물이기도 하지만 또 그 무모함으로 '민폐 여주'로 보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하경은 달랐다. 김아중은 태준에 맞서며 꼿꼿히 대를 세우고 정의를 지키려는 하경을 민폐가 아닌 당당한 여주인공으로 표현했다.
나약해 보이지만 철저히 악이기도 한 입체적 인물, 이태준을 연기한 조재현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태준은 권력을 위해 움직이는 악이지만 철두철미하거나 냉정한 사람은 아니다. 하경을 잡아들이라 지시하면서도 코마 상태로 누워있는 하경의 남편 정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무엇이라 정의내리기 힘든, 그저 이태준 같은 사람이다. 이런 이태준을 구성하는 것은 조재현의 경상도 사투리 연기와 여유로운 척 지어보이는 능글거리는 미소, 그리고 가끔씩 보여주는 불안한 눈빛이었다.
'펀치'는 내달리고 있다.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 오랜 동지였던 이태준에게 선전포고하는 박정환의 모습이 비춰졌다. "작별주는 이걸로 하죠"라면서 이태준에게 술잔을 내미는 박정환의 모습은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전쟁 같은 이야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배우들도 이에 동참한다.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펀치'에서 세 배우가 펼칠 연기 전쟁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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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