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메이저리그(MLB) 경력은 없지만 MLB 경력이 다는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한국프로야구다. 오히려 전성기에 있는 선수, 그리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SK의 새 외국인 선수 메릴 켈리(26)도 그런 케이스다. 일각에서는 올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빼어난 성적을 낸 트래비스 밴와트(28)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비교 대상도 있다.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간 외국인 투수들인데 켈리의 성적이 월등했다는 자료는 흥미롭다.
지난 18일 SK와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등 총 35만 달러에 계약한 켈리는 MLB 경력이 없다. MLB 경력이 필수품이 된 듯한 요새 추세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SK는 은근한 자신감이 있다. 마이너리그 성적이기는 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구력이 좋고 다양한 변화구를 갖췄다는 점, 그리고 때로는 150㎞에 이르는 빠른 공도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위는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켈리는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무대서 28경기(선발 15경기)에 나섰다. 9승4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했다. 108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37개 밖에 내주지 않아 탈삼진/볼넷 비율이 2.92에 이른다. 지난해 트리플A 성적(8승4패 평균자책점 3.19)에 비해서도 좋았다. 한편 이는 한국프로야구를 거쳤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몇몇 선수들의 기록보다도 나은 면이 있다.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퍼시픽코스트와 같은 경우는 리그가 달라 절대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같은 인터내셔널리그만 비교해도 가능성이 짚인다. 2013년 KIA에서 뛰었던 드웨인 빌로우는 올해 트리플A 22경기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2013년 NC 소속이었던 아담 윌크는 난타 당했다. 28경기에서 7승14패 평균자책점 4.72로 부진했다. 역시 2013년 두산에서 뛰었던 데릭 핸킨스는 28경기에서 7승14패 평균자책점 5.15의 성적을 냈다.
세 선수는 한국무대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아담과 빌로우의 경우는 메이저리그 경력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실패했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트리플A 무대에서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MLB 경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측면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켈리는 이들보다는 나은 성적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교대상이 될 밴와트와 비교해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는다. 밴와트는 올해 SK 입단 전까지 트리플A 1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 5승2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여기에 아직 젊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도 추가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검증된 밴와트에 비하면 기대치는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SK는 켈리가 한 시즌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줄 수 있다면 성공이라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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