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7, 넥센)의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독점교섭권을 따낸 팀은 피츠버그로 드러났다. 이제 강정호와 피츠버그 사이의 개인 협상만 남았다. 그렇다면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선택한 것이 연봉협상에서는 어떻게 작용할까.
피츠버그 구단은 23일(한국시간) 강정호의 포스팅 절차에서 독접교섭권을 따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정호와 소속구단 넥센은 지난 20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500만2015달러의 최고 입찰액을 전달받았고 이를 수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 후 있어야 했을 ‘승리자 공표’가 현지 휴일 관계로 다소 늦어졌는데 23일에야 피츠버그라는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이제 강정호와 앨런 네로가 이끄는 에이전시 옥타곤은 향후 30일 동안 피츠버그와 개인 협상에 나선다. 일찌감치 강정호 세일즈에 열을 올렸던 네로는 강정호의 연봉 규모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선을 밝힌 바 있다. 계약 기간에 따라 금액은 조금 차이가 날 수도 있겠지만 연간 500만 달러 수준이다. 최대한 많은 돈을 받으려는 강정호 측과 어떤 식으로든 보장 금액을 깎으려는 피츠버그의 줄다리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현지에서는 “그 금액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개 포스팅 금액과 연봉은 어느 정도 비례한다. 포스팅 금액이 낮을수록 그렇다. 강정호의 경우는 포스팅 금액이 낮지는 않은 편이나 하나의 기준이 있다. 2010년 이후 MLB 진출을 타진, 미네소타로부터 약 523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받은 니시오카 쓰요시다. 니시오카는 당시 3년간 약 925만 달러의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강정호도 이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예상이다. 3년 7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사이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네로가 요구액을 최대한 높은 곳에서 시작한 뒤 구단과의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시선은 존재한다. 팀의 재정능력, 그리고 팀 상황까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피츠버그가 완벽히 좋은 팀은 아니라는 게 현재까지의 분석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협상 가능성 자체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츠버그와 같이 빅마켓이 아닌 구단에서 아시아 출신 내야수에 500만 달러라는 포스팅 금액을 써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그만큼 일정한 기대치가 있다는 뜻이다. 연봉협상에서 쓸 돈 또한 그에 기반해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네로의 요구치는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피츠버그가 이를 모를 리는 없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내야 상황이 비교적 풍족한 팀이다. 3루에는 올해 올스타에 선정된 조시 해리슨, 2루에는 실버슬러거 출신인 닐 워커가 버틴다. 유격수에는 꾸준히 팀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조디 머서가 있다. 강정호가 넘지 못할 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상대도 아니다. ‘뒷배경’이 있는 피츠버그가 예상보다 더 느긋하게 연봉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행여 피츠버그가 이런 뒷배경을 믿고 처음부터 낮은 연봉을 부를 경우 협상이 난항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이미 뚜렷한 기대치가 있는 강정호의 기준선보다 아래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팀 구성상 MLB 보장 옵션 등 안전장치의 전망은 다소 어두워졌다. 이 경우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고 강정호의 MLB 준비도 그만큼 늦어질 위험성이 존재한다. 한 구단과만 협상할 수 있는 포스팅시스템의 뚜렷한 한계다.
다만 피츠버그의 향후 사정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섣부른 예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정호를 확보한 피츠버그가 내야수들을 트레이드시킬 수도 있으며 장기적인 구상을 다시 짤 수도 있기 때문이다. 30일 동안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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