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이를 악물었다.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그래서 일까. 권오준(삼성)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해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권오준은 오승환(한신)과 함께 'K-O 펀치'를 구축하며 삼성 필승조의 토대를 마련한 주역. 그리고 2006년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32개)을 수립한 바 있다. 권오준은 올 시즌이 끝날 무렵 잠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괌 1차 캠프 도중 오른 손목 미세골절 부상으로 조기 귀국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 시즌 내내 재활에만 몰두했었다.
그는 올 시즌을 되돌아 보며 "지난해 겨울 몸상태가 정말 좋았다. 한숨 돌렸어야 하는데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독이 됐다"고 아쉬워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 고생이 심했다. "올해 힘들었던 건 예전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한일 트레이너에게 정말 미안하다.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줬는데 다치는 바람에…".

권오준은 하루도 빠짐없이 팔공산 갓바위 또는 앞산에 오른다. "아침에 산에 갔다가 내려올때 가장 상쾌하다. 마운드에 올라 갔다 내려올때 그런 기분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후에는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서 체력 훈련을 소화한다.
현재 팔상태는 좋은 편. 권오준은 "아직 공을 많이 던져보지 않았지만 시즌 개막까지 3개월 정도 남아 있기에 시간이 급한 건 아니다. 좋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모든 건 내가 어느 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권오준의 말이다. "작년에 정말 정성들여 운동했었다. 몸이 좋아지는 게 확 느껴질 만큼. 다치고 나서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정성을 들여 작년의 그 마음가짐으로 한 번 해보겠다".
더 이상 스피드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권오준은 "내가 내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밸런스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준은 마키타 가즈히사(세이부)의 투구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 그는 "그동안 스피드를 의식해 팔높이가 올라가고 힘만 잔뜩 들어갔었는데 미일 올스타전서 마키타가 느린 직구로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권오준은 내달 4일 김건한, 안지만, 신용운과 함께 괌 캠프에 조기 입성할 계획이다. 그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승엽이형이 항상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한 번 해보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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