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기오염과 석유에너지 고갈로 친환경차 개발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데, 문제는 정부의 규제도 아니오, 기술력도 아니다. 기업들은 자선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기에 친환경차를 내놓으면 판매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시장이 그만큼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 ‘낯섦’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거리감과 불편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는 내수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그 중에서도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을 위해 소비자들이 가장 친숙해하는 모델인 ‘쏘나타’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했다. 현대차는 ‘LF 쏘나타 하이브리드(이하, LF 쏘나타HEV)를 선보이면서 ‘하이브리드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현대차는 ‘LF 쏘나타HEV’를 통해 ‘잘 달리는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을 시장에 전달하고자 했다. 지난 16일 열렸던 ‘LF 쏘나타HEV’ 출시 행사에 참석한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팀 팀장은 “예전에는 하이브리드차에 연비만 기대했다면 이제는 퍼포먼스까지 충족해야 한다”며 ‘LF 쏘나타HEV’가 이에 해당하는 모델이라고 자신했다.

업체 측의 말대로 ‘LF 쏘나타HEV’가 연비뿐만 아니라 성능부분에서도 친환경차 시장의 선두로 우뚝 설 수 있을는지 김포공항 옆 메이필드 호텔에서 인천공항까지 왕복 약 84km의 구간의 주행을 통해 알아봤다. 이번 시승은 고속도로를 타기 전까지의 시내 주행과 인천공항까지 고속도로에서의 주행, 그리고 영종대교를 오르내리는 구간을 통해 ‘LF 쏘나타HEV’의 전반적인 주행 성능과 연비를 느낄 수 있도록 코스가 구성됐다.
지하 주차장에서 우릴 기다리던 ‘LF 쏘나타HEV’는 시동을 걸어도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시동 소리가 나지 않아 적잖이 당황할 수 있으니 미리 숙지하길 바란다. 전기만 사용하는 저속에서는 차량 밖에 있으면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나 그 동안의 자동차들과 달라 익숙하지 않을 뿐 귀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전기모터의 힘만 이용해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LF 쏘나타HEV’는 기존의 자동차, 특히 디젤 승용차와 비교해 탑승자들에게 진동과 소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덜 했으며 액셀에서의 느낌과 전체적인 움직임이 더 부드럽게 다가왔다.

‘LF 쏘나타HEV’의 성격에 적응이 되자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LF 쏘나타’와 다른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될 정도로 똑같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계기판에 회생제동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늘색의 ‘Charge’와 전기모터로만 주행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Eco’ 게이지, 그리고 앞 좌석 양측 도어와 글로브 박스 윗부분이 나무 무늬가 아닌 격자 무늬로 마무리 됐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LF 쏘나타HEV’의 연비 효율성 극대화 겸 하이브리드로서의 차별성을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그물 같은 매시타입으로 변경했다. ‘LF 쏘나타’와 같은 가로 수평형 그릴은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적용 모델만 해당된다. 이와 함께 시인성을 극대화한 LED 주간 전조등(DRL)과 전륜 휠 아치의 에어커튼 등은 기능적인 측면을 떠나 ‘LF 쏘나타HEV’의 전면부에 내유외강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공기저항계수를 낮추기 위해 적용한 후면부의 히든형 머플러와 변경된 리어 콤비램프도 이에 한 몫 한다.
시승 전날 눈소식으로 업체 측은 안전 운전을 위해 ‘급제동’ ‘급가속’이 아닌 ‘완제동’과 ‘완가속’을 당부했다. 하지만 차량의 성능을 시험해보려면 극한까지 몰아붙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기판의 바늘이 에코 구간을 넘어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급’한 성질이 절로 수그러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코모드로 주행모드를 정한 뒤, 시내에서는 방어·안전·효율(갖다 댈 수 있는 것은 죄다 붙여보겠다) 운전을 하고, 고속도로에서는 100km/h로 크루즈 컨트롤을 설정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 후 연비는 18.4km/l. 중간중간 사진 촬영을 위해 40~60km/h로 속도를 늦추고, 시내에서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심스레 운전을 한 결과였다.
‘오버했다’싶을 정도로 얌전한 운전은 액셀과 브레이크의 빠른 반응 덕에 가능했다. 레이서도 아닌데 뒤꿈치를 고정하고 엄지 발가락 힘만으로도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았다. 발가락 힘에 응해주는 액셀과 브레이크는 정말 완만하게 가속과 감속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는 고속주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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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필드 호텔~인천공항 옆 그랜드 하야트까지 약 42km 주행 후의 연비(위)와 실내.

배터리 위치를 트렁크 아래 스페어 타이어 자리로 바뀌 적재공간을 넓힌 트렁크(위)와 배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