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굳이 천만 수식어가 필요할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2.23 17: 26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영화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은 배우 황정민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점을 찍을지도 모른다. 그의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은 지난 17일 개봉 후 22일까지 누적관객수 176만 81명(영진위)을 기록했다. 개봉 주 북미 흥행 1위를 차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호빗:다섯 군대 전투'와 12월의 복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 질주 중이다.
사실 그의 영화들 중 500만명이 넘는 작품이 없었다는 사실은, 일면 깜짝 놀랄 만한 부분이다. '너는 내 운명', '댄싱퀸', '신세계' 등 개봉 당시 많은 화제를 모으며 사랑받았던 영화들은 물론 흥행에 성공했지만, 500만명을 넘지는 않았다. 물론 이런 흥행 역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천만이 빵빵 터지는 요즘 극장가에서 보자면, 일면 의아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만큼 흥행과는 별도로 한국영화계에서 과시해 온 그의 존재감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황정민의 좋았던 작품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달콤한 인생'을 떠올린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단 몇 장면에만 등장했을 뿐이였다. '너는 내 운명'의 애절하고 순박한 순정남을 기억하다가도, '행복'에서 임수정을 울린 나쁜 남자가 살짝 겹치기도 한다.
'신세계'의 정청에 소름이 끼쳤지만, 이 캐릭터는 특유의 팔딱거림이 있어 보일 수 밖에 없는 캐릭터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부당거래' 때 에너지를 폭발하는 류승범과 유해진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갔던 그다. 사극은 안 어룰리지 않을까 싶은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속 맹인 검객의 도사같은 모습이 흥미로웠고, 현실에 발 붙은 소시민의 모습은 영화 '슈퍼맨이 된 사나이'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연기관 중 하나는 '캐릭터가 배우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 배우가 캐릭터에 들어가는 것'이다.
내년 개봉하는 '곡성'에서 나홍진 감독과의 호흡을 물었더니 "정말 좋았다"라며 "나홍진 감독이 굿을 하는 장면에서 새벽녘 배경을 고집했는데, 화면을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연기하는 그 순간은 정말 빙의한 느낌이였다"라며 당시 현장의 전율에 대해 설명했다. 참고로, 그는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국제시장'에서는 나이의 폭을 넓혔다.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아버지' 덕수의 일대기를 그려낸 이 작품에서 그는 2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연기하며 겹겹히 쌓인 세월을 관통한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회였다"라는 그에게는 '노인 연기관'이 있었다. 그는 관객이 바라는 노인 연기에 대해 정확히 꿰뚫고 있기도 했다.
"분장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보는 사람도 그냥 '저 사람이 노인분장을 했구나' 정도지, 그 디테일한 것을 세세히 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배우의 연기를 본다. 얼마나 노인 같은지는 분장의 디테일보다는 연기의 디테일에 있다. 손 떨림, 굽은 등, 말투, 습관, 걸음 걸이 등이 노인다워야 한다. 공원 같은 곳에서 노인들을 관찰하며 연구했다."
스스로를 '흥행 배우'라 불리는 것을 '완강히' 거절하는 그는 이번에 최고 흥행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냐는 말에 "그렇다면 500만명을 넘겼으면"이라고 솔직히 대답하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흥행으로 존재감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배우가 과연 있을까 싶지만 흥행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다른 것에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은 바람이다.
nyc@osen.co.kr
'국제시장' 스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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