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명 위기' 신종훈 母의 절규 "링에 꼭 다시 오르게..."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12.24 06: 00

한국 복싱에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신종훈(25, 인천시청)이 선수 생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국제복싱연맹(AIBA)과 대한복싱협회의 안일한 대처로 태극마크 반납은 물론 소속팀도 없어질 위기다. 그의 어머니인 엄미자씨가 "종훈이가 링에 꼭 다시 오르게 해달라"며 절규하는 이유다.
대한복싱협회(회장 장윤석)는 지난 22일 오후 5시 역삼동 GS타워에서 한국 복싱 100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제대회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복싱의 위상을 높였던 이들이 공로패를 수상했다. 1956년 멜버른 대회서 한국 복싱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냈던 송순천 선생을 포함해 총 126명이 단상에 올랐다. 또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4 세계여자복싱선수권대회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표팀과 선수들에겐 포상금이 지급됐다.
초대 받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이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 한국 복싱에 12년 만에 금메달을 안긴 신종훈이다. 그는 지난달 AIBA 프로복싱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계약을 어기고 제주 전국체전에 나갔다는 이유로 AIBA로부터 '프로복싱 선수 계약을 위반해 징계위원회에 회부, 그때까지 선수자격을 잠정 정지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신종훈은 "당시 정식 계약이라는 얘기를 못 들었다"면서 억울해 하고 있다. 구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대한복싱협회는 도리어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AIBA 징계로 신종훈의 공로패 수상과 포상금 지급을 잠시 유보한다'는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 하며 축제에 초대하지 않았다. 협회는 이러한 말조차 당사자인 신종훈에게 일절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훈은 OSEN과 전화통화서 "나도 이번 행사에 참석했으면 좋았을 텐데 협회에서 왜 나를 안 불렀는지 모르겠다"면서 "공로패 수상 제외를 하려면 최소한 이유를 설명하고 통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았다"고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협회는 또 신종훈의 국가대표 박탈에도 통보를 하지 않은 채 다른 선수로 교체했다. 신종훈은 "대표팀을 시작한 스무 살 이후 태릉선수촌서 짐을 뺀 적이 없다. 선수 교체를 하려면 통보를 해줘야 할 것 아닌가. 룸메이트 형의 얘기를 듣고 짐을 뺐다"며 안타까워 했다.
신종훈의 어머니인 엄씨가 아들의 구명에 발벗고 나섰다. 청와대에 이어 이날 행사장에도 나타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엄씨는 "종훈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따며 한국의 위상을 높였는데 이번 행사에서 종훈이를 제외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통곡했다. 최근 연이은 시위로 몸이 상했다는 그는 "몸이 아파 쓰러져 병원에 일주일 동안 누워있다가 다시 나왔다"면서 "종훈이가 링에 꼭 다시 오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신종훈과 엄씨의 마음은 급하지만 AIBA 징계는 제자리걸음이다. '선수자격 잠정 정지'라는 철퇴를 내린 이후 한 달 넘도록 조용하다. 인천시청과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신종훈은 둥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16일 끝난 1차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못했고 이듬해 3월 열릴 2차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가능성도 오리무중이다. 2016 리우올림픽 티켓이 걸린 2015 세계선수권 출전도 난망한 상황이다. 올림픽 메달의 꿈은 물론 선수 생명이 흔들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셈이다.
'한국 복싱의 희망' 신종훈이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를 외롭게 걷고 있다.
dolyng@osen.co.kr
신종훈의 어머니 엄미자씨가 1인 시위를 하며 절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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