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손흥민의 냉정한 아시안컵 진단과 특별한 각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12.24 06: 00

'막내' 손흥민(22, 레버쿠젠)이 아시안컵 개막을 보름여 앞두고 냉정한 진단과 함께 특별한 각오를 던졌다.
손흥민은 지난 23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몰 내 라이브 플라자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서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꿀맛 휴식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전반기에만 11골을 터트리며 맹위를 펼쳤다. 그가 활약하는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는 지난 22일(한국시간) 경기를 끝으로 이듬해 1월 30일까지 한 달 넘게 개점휴업 한다.
손흥민은 이 기간 동안 슈틸리케호와 함께 아시아 정상 도전에 나선다. 3년 전 대표팀 막내로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손흥민은 2015 호주 아시안컵서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4년의 시간이 흘러 대표팀 에이스로 발돋움 했지만 이번에도 신분은 막내다.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성장한 손흥민의 아시안컵 진단은 냉정했고, 각오는 특별했다. 아픔이 많은 까닭이다. 2011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하며 3위에 만족해야 했다. 3년 뒤 2014 브라질 월드컵서는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A대표팀으로 3번째 국제무대에 나서는 그의 냉정한 진단과 각오가 막내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다.
손흥민은 "냉정하게 한국이 아시아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태극마크를 달고 책임감 갖고 죽기살기로 하지 않으면 아시아 정상의 타이틀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1956년과 1960년 2연패를 달성한 이후 반세기 넘도록 아시안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손흥민과 슈틸리케호가 한국 축구의 비원인 아시안컵 우승에 55년 만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과제가 있다. 떨어진 최전방 공격수의 무게감을 높여야 한다. 한국이 낳은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부상으로 승선이 좌절됐고, 소속팀서 침묵이 길어진 박주영도 없다. 대신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과 이근호를 비롯해 무명의 장신 공격수 이정협을 선발했다. 손흥민의 최전방 기용이 새 공격 옵션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도 "좋은 생각"이라며 실험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손흥민은 "레버쿠젠과 대표팀서 뛰는 왼쪽이 가장 편하다. 오른쪽도 청용이 형과 스위칭 플레이를 많이 하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어떤 포지션을 뛰어도 경기장에 나갈 수만 있다면 제 몫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보다 최전방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많고 주포지션이 아니라 잘할 거라는 자신감은 없다. 최전방 기용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 터라 부담감이 있어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못할 것이다. 원하는 포지션에서 뛰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명확한 이유와 함께 최전방 기용론에 선을 그었다. 그만큼 왼쪽 날개에서는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꼭 우승해서 (차)두리 형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막내 손흥민의 특별한 각오가 여러모로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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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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