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근이는 한 번 죽었다 살아나 봐야 돼.”
유도훈(47) 전자랜드 감독은 예전부터 신인선수 키우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유 감독은 지난 2007년 KT&G(KGC의 전신) 감독시절 당시 신인이었던 양희종(30, KGC)을 팀의 프렌차이즈 플레이어로 키웠다. 현역시절 추승균 KCC 코치와 한솥밥을 먹었던 유 감독은 틈만 나면 양희종에게 추승균 같이 궂은일과 수비를 강조했다. 그 결과 양희종은 프로농구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해 태극마크까지 가슴에 달았다.
유도훈 감독은 전자랜드에 부임한 뒤 본격적으로 신인 만들기에 재미를 붙였다. 데뷔시절 98kg이 넘는 뚱보였던 차바위에게 여름내내 납 조끼를 입혀 86kg로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그 결과 한층 날렵해진 차바위는 고비 때마다 한 방을 해내는 전천후 슈터로 거듭났다.

김지완과 김상규도 마찬가지였다. 유도훈 감독의 혹독한 조련에 묵묵히 따른 두 선수는 플레이오프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함준후도 상무 전역 후 한층 플레이가 나아졌다.
김지완은 23일 삼성전에서 프로데뷔 후 최다인 21점을 넣은 뒤 “감독님이 벤치에 있더라도 자기 기량 발전을 게을리하는 선수는 선수자격이 없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자신 있게 하라고 주문한 것이 효과를 봤다. 매일 30분씩 일찍 나와서 포웰, 차바위, 함준후와 연습을 했다”며 최근 부쩍 좋아진 기량의 비밀을 밝혔다.
유도훈 감독은 “선수들 키우는데 재미를 느낀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자기 선수가 잘할 때 희열을 느낄 것이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재미”라며 껄껄 웃었다. 그래서인지 전자랜드 선수들은 어떻게든 유도훈 감독의 마음을 사고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삼성전에서 전자랜드 선수들은 50점을 이기고 있는데도 오히려 삼성보다 더 처절하게 뛰었다.
이제 유도훈 감독의 목표는 정효근 선수 만들기다. 애정이 남달라서인지 유도훈 감독은 요즘 정효근을 혼내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삼성전 대승 뒤 유 감독은 “오늘 아침에도 정효근을 수비 못한다고 눈물 쏙 빠지게 혼내고 왔다. 효근이는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나 봐야한다. 지금 상태로는 3번도 아니고 4번도 아니고 애매하다. 체중을 빼고 스피드를 살려서 완벽히 3번을 보면서 4번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만들겠다”면서 의욕을 보였다.
유도훈 감독은 그만큼 정효근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유 감독은 “내가 감독하면서 10월에 뽑은 신인에게 이렇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처음이다. 한 번 국가대표까지 키워보겠다. 제자가 국가대표가 되면 농구인 선배로서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선포했다.
전자랜드는 항상 스타는 없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승부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스타가 한 명쯤 나올 때도 됐다. 유도훈 감독은 그 선수가 새내기 정효근이 되리라 굳게 믿고 있다. 유 감독의 지옥훈련을 제대로 소화한 선수는 모두가 실력이 부쩍 좋아졌다. 모든 것은 정효근의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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