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점차 대패’ 삼성 감독, 이런 ‘극한 직업’ 또 있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2.24 06: 41

이런 극한 직업이 또 있을까. 요즘 이상민(42) 삼성 감독을 보면서 팬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농구명가 삼성이 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불명예를 경험했다. 서울 삼성은 23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에게 46-100으로 크게 졌다.
54점차 패배는 17년 역사의 프로농구 역사상 한 경기서 가장 크게 패한 점수 차다. 종전 기록은 2013년 10월 15일 모비스가 KCC를 101-58로 대파하면서 세워졌던 43점이었다. 이날 패배로 최하위 삼성(7승 23패)은 9위 KCC(8승 20패)와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경기 전 이상민 감독은 “골밑은 주더라도 외곽슛을 철저히 막겠다. 수비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전에서 삼성 선수들은 단체로 건망증이 걸린 모양이었다. 삼성은 1쿼터부터 김지완에게 12점을 줬다. 그는 수비수가 떨어지면 쏘고, 붙으면 파는 농구의 정석을 제대로 시전했다. 정영삼까지 3점슛 대열에 가세했다. 김지완의 맹활약에 삼성 수비는 내외곽 모두 구멍이 뚫렸다.
이상민 감독은 김지완의 상대로 수비가 좋은 김태주를 붙였다. 하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누가 들어가도 똑같이 실수와 실책을 남발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손쉬운 골밑슛도 그렇게 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삼성은 공격도 제대로 못해보고 공격권을 내주기 일쑤였다. 무려 18개의 실책을 범했다. 공을 잘 간수해야 할 이정석, 박재현, 김태주, 이시준 가드진이 도합 11개의 실책을 합작했다.
삼성은 공격도 안됐고 이길 의지도 없었다. 슛이 들어가지 않아도 악착 같이 리바운드를 따낸 쪽은 전자랜드였다. 이날 삼성의 2점슛 성공률은 28.9%(11/38), 3점슛은 26.1%(6/23)였다. 심지어 자유투까지 40%(6/15)였다. 다른 것은 다 그렇다 쳐도 자유투 40%를 넣으며 이기길 바라는 것은 양심이 없는 것이다. 대표슈터 차재영은 자유투 4개를 쏴서 1개를 넣었고, 3점슛은 1/5를 기록했다. 오직 리오 라이온스 혼자서 20점을 넣으며 분전했다. 
시키는 작전마다 족족 실패하고 실책이 쏟아지자 이상민 감독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선수들이 뛴다. 아무리 스타출신 이상민 감독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4쿼터 중반 40점이 벌어진 상황까지 주전을 넣었지만 이미 선수들 의욕이 꺾인 상태였다. 현역시절 맘만 먹으면 경기를 좌지우지했던 스타였기에 그가 느꼈을 박탈감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경기 후 이상민 감독은 “다시는 이런 경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나부터 반성해야 하는 경기”라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유도훈 감독 역시 “(상대 팀에) 안 좋은 기록이 나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점수를 넣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같은 감독으로서 기분이 좀 그렇다”고 했다. 유도훈 감독은 대전 현대시절 이상민 감독과 정규리그 3연패를 함께 했던 사이다.
삼성은 이동준(4억 원), 이정석(2억 5000만 원), 송창무(2억 3200만 원), 이시준(2억 2000만 원), 차재영(1억 8000만 원) 등 고액연봉자들이 즐비하다. 서울구단이라는 프리미엄도 있고, 삼성STC의 시설은 국내최고를 자랑한다. 삼성전자시절부터 한국농구를 대표한 명문구단의 자존심도 있다. 물론 경기 중 대패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이 자칫 부족함 없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헝그리 정신을 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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