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김아중, 전문직 여성 캐릭터는 진화한다[Oh!쎈 초점]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2.24 07: 02

일도, 사랑도 주체적인 알파걸이다. '펀치' 김아중이 진일보한 전문직 여성 캐릭터를 담아내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김아중이 맡은 신하경은 정의로운 검사다. 박정환(김래원)과 이혼한 후 딸 예린(김지영)을 홀로 기르던 그는, 딸의 교통사고와 연관이 되던 사건을 쫓으면서 박정환의 상사 이태준(조재현)의 희생양이 된다.
설정만 놓고 보면 신하경은 흔한 '민폐' 캐릭터다. 남자 주인공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물은 맞지만, '민폐' 캐릭터 특유의 수동성과 답답함이 없다. 당당함을 기본으로 정치적인 올바름과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위증을 한 운전기사의 아내를 무고죄로 고소하자는 정환의 제안을 거절하는 멋진 여자이기도 하다. 검사로서 추진력과 두뇌회전 능력은 박정환 못지 않다. 어린이집 버스 사고 이면을 단숨에 파악한 것도 신하경이었다.

신하경의 매력은 능력만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하경이 보여주는 모성애와 순애보, 즉 여성성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예린이의 엄마 신하경은 딸에게 누구보다 다정하고, 박정환의 전 아내 신하경은 그의 목도리 매무새를 바로 잡아줄 만큼 애틋하다. 딸까지 동원해 자신을 압박하는 정환이 시한부 판정을 받자 감정적으로 흔들리는데, 그 순간 현실적이면서 인간적인 신하경의 매력도 드러난다.
그동안 의사, 검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여성은 주변부 인물에 머물거나 단편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멜로를 위한 장치로 소모됐다. 하지만 '펀치'에선 신하경과 윤지숙(최명길) 등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한 축을 끌어가고 있다. 감정적인 문제는 오히려 박정환과 이태준 사이에서 벌어진다. 신하경과 윤지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청렴하다.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캐릭터의 다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김아중의 연기력도 탁월하다. 검사일 때, 엄마일 때, 아내일 때 목소리와 표정이 모두 다르다.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청혼을 하는 신하경의 얼굴에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면, 자신을 위협하는 조강재(박혁권)에 맞서는 신하경의 눈빛은 날카롭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2006) 이후 '로코퀸'이란 수식어 아래 통통 튀는 매력이 강조된 김아중이었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라며 감탄을 보내고 있다.
신하경이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전문직 여성 캐릭터라는 점은 분명하다. 적어도 전 남편을 구하려는 와중에도 사건 해결을 위한 거래를 제안하고, 수의를 입고도 굴하는 법 없는 여성 캐릭터는 없었다. 김아중은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하경이라는 인물은 자기 판단 하에 행동하고 있다. 그 선택을 책임질 줄 아는 캐릭터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설득력이 있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신하경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검사로서 이태준을 둘러싼 사건을 파헤쳐야 하고, 여자로서 박정환과의 멜로도 풀어가야 한다. 일도 사랑도 쉽게 포기하는 법 없는 그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다.
 
jay@osen.co.kr
'펀치'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