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은 어떻게 비주류 설움을 털었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24 07: 36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요즘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펑펑 울었다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주위에 여럿이다. 기자도 혼자 극장에 갔다가 구석에 앉아서 눈물을 질질 짰다. 50대 초반 아저씨다. 예전같았으면 손주 봤을 나이지만 아직 젊은 척 하고 살다가 '국제시장' 눈물 파티에 동참하고는 "나도 이제 늙어서 눈물이 많아진건가?" 자조했다.
다행히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40대 이후 세대라면, 윤제균 감독의 최신작 '국제시장' 관람중 적어도 세 번은 눈물 찔끔의 위기를 맞이할테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기자가 늙은 탓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국제시장'이 극장가 흥행의 주요 세력으로 급부상한 중장년층 전용 영화인 건 아니다. 어린이와 10대에게는 마치 동화같은 성장 영화고 20, 30대에게는 액션-스릴-코미디-감동이 롤러코스터처럼 지나가는 수작이다. 중장년층의 경우 이 영화 속 줄거리와 에피소드들이 자신의 인생사에 진짜 녹아있는 추억을 되새기는 실화라는 잇점이 추가된다.    

정확히는 중장년층 아버지 세대, 지금 88만원 세대들의 할아버지 이야기가 '국제시장' 속에 펼쳐진다. 2000년대 취업 세대들은 자주 한탄한다. 아버지 세대는 누릴 것 다 누렸건만 자기들은 젊어서 입시, 취업에 쪼들리다 미래없는 노후에 찌그러질 '미생'세대라고. 영화를 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가장 역할을 자기 인생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였던 할아버지 세대가 전후 피땀으로 일군 게 대한민국의 번영이고 그 가장 큰 수혜자는 중장년층이기에.
상대적으로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 세대는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부부(황정민-김윤진 분)의 삶에 절로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땅의 민주화를 위해 우리 세대가 피를 흘리지 않았냐고 자부하기에는 할아버지 세대의 자기 희생이 너무 치열했고 그들의 인생역정은 한없이 고달펐다.
영화 '국제시장'은 무겁지 않다. 오히려 관람하는 내내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 더 크게 더 자주 웃었다. 믿고 보는 남녀배우 황정민-김윤진의 농익은 연기력에 과연 당할 자 누구일까. 이 둘은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들었다 놨다 하며 126분 러닝타임 동안 아주 마술을 펼친다.
주연배우들만 뛰어나서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기란 가뭄에 콩나기 보다 어렵다. '국제시장'에는 오달수를 비롯해 장영남 라미란 정진영 등 숙력된 조연들의 맛깔진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 SBS 인기 오디션 'K팝스타' 박진영 식 심사평이라면 "이들 연기에 정신을 잃었다"고, 유희열 식이라면 "이건 연기가 아니고 실제상황"이었으며, 양현석 식으로는 "YG에 델구가겠다"고 했을게다.
그 중심에 윤제균의 연출이 있다. 지난 2001년 '두사부일체'의 대성공으로 흥행 감독이 됐지만 엉뚱하게 조폭 코미디의 원류처럼 매도 당했다.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등 연이은 히트작 연출에도  작품성보다 상업성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충무로 주류에서 한 걸음 비껴있던 그다. 묵묵히 덕수처럼 자기 할 바에 주력하던 윤감독은 '해운대'로 천만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이번 '국제시장'에서 평단과 관객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국제시장'의 연말 흥행세는 빠르고 강력하다. 개봉 초반 스코어대로라면 '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에 이어 또 하나의 천만영화가 추가될 게 분명하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지난 21일 하루 전국 45만 3,686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수성했다. 누적관객수는 155만 4,910명. 시간이 지날수록 2위 '호빗'과의 격차가 커지고 매출액 점유율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이미 입소문을 탔기에 가능한 일이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국제시장'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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