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기술자들’로 여름 ‘해적’ 잭팟 재연하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24 07: 09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영화 ‘기술자들’(김홍선 감독)이 예상을 깨고 20%의 높은 예매율을 보이자 이 영화에 돈을 댄 롯데가 여름 ‘해적’에 이어 겨울에도 다크호스 효과를 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도’ ‘명량’ ‘해무’와 견줘 모든 면에서 열세로 평가받던 ‘해적’이 여름 4파전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건데 이어 치열한 겨울 극장가에서도 ‘기술자들’이 기대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성탄절에 맞춰 개봉하는 국산 텐트 폴 영화는 모두 세 편. 이미 흥행 모드로 접어든 CJ의 ‘국제시장’을 비롯해 신생배급사 와우픽쳐스와 쇼박스가 손잡은 ‘상의원’, 롯데엔터의 ‘기술자들’로 압축된다. 이중 ‘기술자들’은 감독과 출연진의 중량감이 경쟁작들에 비해 다소 낮아 스크린 확보 경쟁에서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개봉을 이틀 앞둔 22일부터 예매율이 치솟으며 극장 프로그래머들을 바쁘게 만들고 있다. ‘기술자들’은 23일 오전에도 1위 ‘국제시장’(24%)에 이어 20%의 예매율을 보이며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피터 잭슨의 완결판 ‘호빗’(17%)은 물론이고 같은 날 개봉하는 ‘상의원’(9%) ‘숲속으로’(5%)를 크게 따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오락 영화에 대한 탄탄한 수요와 김우빈 효과로 해석된다. 부성애 코드와 노부부의 감동적인 사랑, 대서사시를 방불케 하는 판타지 액션도 물론 기대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범죄 오락 영화를 기다려온 관객층이 ‘기술자들’에 호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술자들’의 예매 현황을 보면 10대부터 40대 남녀가 고루 분포돼 있다.
 여기에 이민호 이종석과 더불어 영화계 ‘젊은 피’로 분류되는 김우빈의 첫 단독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여성 팬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소름 돋을 정도의 메소드 연기는 아니지만, 데뷔작 ‘친구2’에 비해 눈에 띄게 향상된 연기력과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대를 높인다.
 물론 아직 한 영화를 온전히 책임질 만한 경력과 내공을 쌓지 않은 만큼, 간혹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고 어쩔 수 없는 여백을 노출하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만큼의 헛발질이나 의욕 과잉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런 김우빈 효과에는 조연 고창석과 안타고니스트 김영철의 확실한 팀플레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판단이다.
관건은 복병으로 떠오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얼마나 장기 상영할지 여부다. 개봉 한 달을 맞은 ‘님아’는 입소문 효과로 23일까지 151만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영화의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워낭소리’(296만명)는 물론이고 350만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CGV 무비꼴라쥬의 배급 파워가 반영된 결과이지만 20대에겐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로, 중장년층에겐 언젠가 자신에게 닥칠 일을 미리 간접 체험하는 엄숙함으로 읽히는 영화인만큼 지금의 열기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진 않다.
그러나 ‘기술자들’ 입장에선 ‘님아’의 흥행세가 반갑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발목을 잡힐 일 역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르와 관객층, 기대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님아’가 신경 쓰일 영화는 4050세대의 발길을 붙잡아야 하는 ‘국제시장’일 것이다.
 ‘기술자들’이 ‘도둑들’을 능가하는 웰메이드 케이퍼 무비인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히지만, 적어도 본전 생각 안 나는 팝콘 오락물로 관객에게 인정받는다면 ‘해적’에 이어 롯데가 겨울 시즌에서도 비용 대비 효용 면에서 짭짤한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작사가 밝힌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50만명이다. 과연 김우빈이 가을 슬럼프를 겪은 롯데의 구원투수가 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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