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는 '투수 FA는 믿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투수는 쓰면 쓸수록 닳는 분필과 같아 언젠가 하향세가 찾아오기 마련.
FA 자격을 얻기까지 투수는 상당한 무리를 했고 그 후유증이 FA 계약 이후 찾아온다. 그래서 FA 투수와 계약은 위험 부담이 크다. 투수 FA 가운데 성공 사례는 송진우 뿐. 2000년 한화와 FA 계약 후 3년간 13승, 10승, 18승을 거뒀다. 이강철, 진필중, 박명환, 손민한 등 실패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장원삼(31, 삼성)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4년간 총액 6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FA 최고 조건이다. 그만큼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장원삼은 올 시즌 11승 5패(평균 자책점 4.11)를 거두며 FA 모범 사례로 새로운 기준이 됐다. 장원삼은 올 시즌을 되돌아 보며 "허리 통증으로 한 달간 빠진 게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삼성은 윤성환과 4년간 총액 80억 원, 안지만과 4년간 총액 65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장원삼의 활약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에 장원삼은 "내가 동료 투수들의 계약에 도움이 됐다면 기분 좋은 일"이라며 "그동안 투수보다 타자의 FA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는데 이제 투수 FA에도 투자를 많이 하니까 후배들도 희망을 갖고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편으로는 나도 1년 뒤에 나올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장원삼은 시즌 내내 직구 스피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차라리 아프면 핑계라도 대는데 그건 아니었다. 직구 구속이 안 나와서 많이 답답했다"며 "직구가 받쳐주지 못하면 경기를 풀어갈 방법이 별로 없다. 솔직히 마운드에서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구속 회복의 방법은 무엇일까. 장원삼은 "구속이 떨어진 게 근력과 허리 통증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문 트레이너와 1대1 훈련에 나설 예정. 그리고 괌 1차 캠프 합류 시점도 앞당길 생각이다.
장원삼은 개인 통산 100승 달성에 1승을 남겨두고 있다. 장원삼이 100승 고지를 밟는다면 역대 삼성 좌완 가운데 최초다. "다음 시즌 첫 등판 때 깔끔하게 (100승을) 하고 시작하고 싶다"는 장원삼. 명품 좌완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보여줄 태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