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구상 완료’ LG, 진짜 양상문 야구 시작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2.24 10: 00

LG 트윈스가 외국인선수 3명 영입을 완료, 내년 전력구상을 마무리했다. 이제 스프링캠프를 통해 조각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만 남았다.
LG 프런트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앞서 “우리의 목표는 양상문 감독님이 원하시는 야구를 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고 했다. 외부 FA영입은 전무했지만, 0순위 목표였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외국인선수 3명에게 총 250만 달러를 투자하는 통 큰 모습을 보였다. 3명의 외국인선수 모두 양상문 감독이 그려놓은 2015시즌 시나리오에 맞아떨어진다.
양 감독은 지난 10월 31일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 패배로 2014시즌을 마무리하며 “이제부터 내년 준비에 들어간다. 내년에는 한 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면, 땅볼을 쳐서라도 점수를 뽑는 팀을 만들겠다. 이런 세밀한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강하게 주문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후  양 감독은 타격보다 수비가 장점인 잭 한나한을 영입한 것을 두고 “1점차 경기와 같은 박빙에선 수비력이 승패를 결정한다. 한나한의 영입이 이런 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양 감독의 2015시즌 목표는 LG가 1점차 경기를 잡는 팀이 되는 것이다.

페넌트레이스는 3분의1 싸움이다. 아무리 약한 팀도 전체 일정의 3분의1은 승리한다. 1위 팀도 3분의1은 패한다. 결국 상위팀과 하위팀은 나머지 3분의1 경기들을 얼마나 잡느냐에 갈린다.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승률이 60%내외(2011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삼성 승률 61.1%)임을 생각하면 된다. 삼성은 나머지 3분의1 경기들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며 전체 일정의 60%를 먹었다. 1점차 박빙 경기에서 강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LG는 마운드의 팀이다. 2013시즌과 2014시즌 투수진의 활약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2년 연속 불펜 평균자책점 1위를 찍을 만큼, 단단한 승리공식을 세웠다. 여기에  이닝을 많이 먹어줄 수 있는 외국인 선발투수 2명을 추가했다.
루카스 하렐은 메이저리그에서 2012시즌(193⅔이닝)과 2013시즌(153⅔이닝) 2년 연속으로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2014시즌에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합하면 119이닝을 기록했다. 헨리 소사 또한 한국에서 3년 연속 120이닝 이상을 먹었다. 2012시즌과 2014시즌 페넌트레이스 도중 팀에 합류했으나, 강한 체력을 뽐내며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곤 했다. 둘이 2015시즌 시작부터 달려준다면, LG는 류제국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예정대로 5월부터 류제국이 돌아오면, 하렐-소사-우규민-류제국으로 구성된 정상급 선발진을 가동한다.
수비가 강한 한나한을 데려온 것도 강한 수비로 마운드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LG는 2014시즌 극심한 3루수 공백에 시달렸다. 기대를 모았던 조쉬벨은 5윌 이후 타석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3루 수비 범위도 좁았다. 조쉬벨 퇴출 후 김용의와 백창수가 3루를 맡았지만, 둘 다 해답은 아니었다. 결국 LG는 우여곡절 끝에 주전 2루수 손주인을 3루수로 전환시키고 박경수를 2루에 배치해 겨우 내야진에 안정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올 겨울 박경수가 kt와 FA 계약을 맺으며 이적했다. LG는 외국인야수를 통해 3루 혹은 2루를 메워야만 했고, 한나한을 주전 3루수로 낙점했다.
정성훈(1루수)-손주인(2루수)-한나한(3루수)-오지환(유격수)로 이뤄진 내야진은 수비 범위와 송구 능력 모두에 있어 리그 정상급이다. 양 감독은 “한나한이 온 만큼, 이제 2-3루간으로 빠지는 타구는 쉽게 보기 힘들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환이와 한나한이 멋진 수비들을 많이 보여줄 것이다”며 내야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루-2루간도 두텁다. 손주인이 자기 자리를 찾았고, 정성훈은 2014시즌 중반부터 1루에 완벽히 적응한 듯 기막힌 다이빙 캐치를 수차례 연출했다. 부상 공백만 없다면, LG는 2015시즌 내내 막강한 내야수비를 펼칠 것이다.
양 감독의 머릿속에는 신구조화도 크게 자리하고 있다. 신예선수들의 성장에 가속페달을 밟아 팀 전력을 강화하려 한다. 양 감독은 2015시즌 리드오프와 관련해 “지환이의 모습을 캠프에서 체크한 후 1번 타순을 정할 계획이다”고 했다. 이미 양 감독은 2014시즌 도중 “내년에는 지환이를 2루타 머신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며 오지환의 비중을 공격에서도 크게 가져갈 뜻을 보였다. 오지환은 3년 연속 110경기 이상을 출장하며 연 평균 도루 27개를 기록했다. 체력과 스피드는 팀 내 최고다. 반면 타율이 2할대 중반에 머물고 있고, 삼진도 매년 100개 이상을 기록 중이다.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릴 파워를 지니고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양 감독의 목표는 스프링캠프에서 오지환의 컨택능력을 향상, 오지환을 상위타순에 배치시키는 것이다.
다른 신예선수들도 장점을 살리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11월 마무리캠프서 김용의와 문선재에게 외야 수비연습을 시키며 내외야 정리에 나섰다. 그리고 코너 외야수 채은성, 1루수 최승준이 타격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도록 꾸준히 기회를 줄 계획이다. 외국인야수로 1루수나 외야수가 아닌 3루수 한나한을 데려온 것도 신구조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미 외야진은 두 이병규(9번·7번) 박용택 이진영으로 가득 찼다. 이 상황에서 외국인 외야수 영입은 어린 외야수들의 출장시간을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외국인 1루수를 영입하면, 정성훈의 자리가 모호해지며 최승준의 성장에도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투수진도 마찬가지. 정찬헌을 차기 마무리투수로 낙점했고, 임정우 장진용 신동훈 임지섭 등이 선발진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양 감독은 2014시즌 봉중근이 연투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 할 경우, 정찬헌을 세이브 상황에 투입했다. 임정우를 부임 후 약 세 달 동안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장진용과 신동훈에게도 조금이나마 기회를 줬다. 고졸 신인 임지섭은 경기가 아닌 연습을 통해 투구 메커니즘을 새로 정립시켰다. 양 감독은 지난 2일 “5년 후에는 장원준을 데려오지 못한 게 잘 됐다고 느낄 것이다”며 투수 육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LG가 앞으로도 마운드의 팀이 될 수 있도록, 신예투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줄 것이다.
양 감독은 LG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기적을 연출했다. LG 선수들의 저력을 100% 뽑아내 최하위에 있던 팀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목표는 우승이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봉중근 등이 건재한 앞으로 2, 3년이 적기다. 외국인선수들의 활약과 신예선수의 성장을 더해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정상을 노리는 팀을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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