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래원의 재발견이다. 3년여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래원은 '뇌가 섹시한 남자'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극 중 김래원은 시한부를 선고받은 검사 박정환으로 분했다. 박정환은 자신이 모시는 이태준(조재현 분)의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태준의 비리를 덮기 위해 검찰 조사 중 빌딩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남자다. 게다가 태준을 위해 일하다 아내 신하경(김아중 분)과 결별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정환의 살길은 태준에게 충성을 다하는 길이었기 떄문.
그런 정환이 변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4회분에서는 시한부를 선고받은 정환이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는 하경을 위해 태준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을 위해 평생을 함께했던 태준과 결별을 선택한 것.

변한 정환은 180도 달랐다. 그는 사실 태준보다 더한 악인이었다. 태준은 어딘가 허술하지만 정환을 통해 완성된 권력가로, 정환은 태준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움직였다. 천하의 나쁜 남자였던 태준으로부터 누명을 쓰고 구속된 하경을 위해 과감하게 태준과의 싸움을 결심했다.
이런 정환을 연기하며 김래원은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입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SBS '천일의 약속'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등장한 그는 오랜 공백이 무색한 진가를 보여주는 중이다. 특히 정환이 된 김래원은 이날 방송에서 '뇌가 섹시한 남자'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는데, 다소 부드러운 인상인 그의 얼굴도 섹시해보이게 만든 연기 때문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래원이 선보인 정환의 말들은 명대사로 남았다. 정환은 태준에게 "이걸로 합시다. 우리 작별주"라고 웃으며 이야기했고, "최연진 검사 입 막은 건 제가 드리는 작별 선물입니다. 선물 주세요. 저한테도 하경이", "최연진 검사 입은 막아드렸는데 내 입은 누가 막으려나" 등 태준을 상대로 여유있는 선전포고를 했다. 미소를 머금고 태준과 맞서는 정환의 모습에서, 이를 표현한 김래원은 섹시한 남성미가 느껴지는 배우였다.
또한 방송 말미 정환은 태준에게 위협받는 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에게 "하경이 빼내야겠습니다. 이태준 총장, 제가 잡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낮게 읊조리는 정환의 이 대사에서 김래원 특유의 낮고 무게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음 5회가 기대되게 만드는 임팩트였다.
이처럼 김래원은 '펀치'의 중심에서 멋진 남자주인공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새삼 그의 매력에 빠져드는 중이다.
한편, ‘펀치’는 정글 같은 세상에서 인생의 빛이 되어준 한 여자를 향한, 세상과 작별하는 한 남자의 뜨겁고도 절절한 마지막 사랑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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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