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저희 팀을 응원해주셨는데 그동안 너무 못이겨서..."
강만수 우리카드 감독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48일 만의 승리, 그 어두웠던 연패의 터널을 힘겹게 뚫고 나온 강 감독은 방송 인터뷰 도중 목이 메여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가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우리 선수들에게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고 힘겹게 덧붙인 강 감독은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우리카드는 2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대한항공과 원정경기서 세트스코어 3-1(25-22, 17-25, 25-16, 32-3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우리카드는 지난 11월 5일 이후 48일 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맛보며 10연패에서 탈출했다. 시즌 2승 째다.

올시즌 우리카드는 가시밭길이 예상됐다. 시즌 전 군대에 입대한 신영석과 안준찬의 공백은 예상대로였고, 까메호는 초반부터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과 기량면에서 차이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번번히 패해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했다.
연패가 늘어가면서 강 감독과 선수단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여기에 팀 매각설까지 돌면서 부진이 죄인양 선수단은 고개를 떨궜다. 모기업 우리카드의 민영화로 인해 팀 매각의 기로에 선 우리카드는 유력한 인수처였던 새마을금고가 인수에 난색을 표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드림식스 시절 모기업 없는 설움을 겪었던터라 두 번째 다가오는 위기의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까메호마저 발목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우리카드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성에 차고 차지 않고를 떠나 외국인 선수가 해줘야할 부분들을 국내 선수들이 메꾸다보니 체력 저하와 사기 저하가 동시에 찾아왔다.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슬럼프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면에서 한없이 어둡고 암담한 가운데, 대한항공전 승리는 마지막 4세트 듀스 접전에서 보여준 우리카드의 집중력은 연패 탈출을 향한 집념의 결과물이었다. 승리에 목마른 선수들은 48일 만에 1승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듀스에 듀스를 거듭하는 승부 끝에 상대 범실로 경기를 매조지은 선수들은 그야말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것처럼 기쁨에 펄쩍펄쩍 뛰었다. 강 감독은 끝내 눈물까지 보였다.
값진 1승을 올렸지만 우리카드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또다시 표류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드림식스 시절에도 버텨왔던 우리카드의 해체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판국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상황이기에, 우리카드가 이날 거둔 1승은 더욱 의미가 깊다. 코트 안에서 그들은 여전히 승리를 위해 싸우는 선수들이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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