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어감상 그리 좋게 들리지는 않지만, 호구 캐릭터를 잡고 ‘1박2일’을 더욱 화기애애하고 편안하게 끌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 맏형 김주혁이다.
김주혁은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즌3을 이끄는 맏형으로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정준영과 함께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시즌1과 시즌2의 강호동, 김승우라는 강력한 맏형의 캐릭터가 멤버들 앞에 나서 제작진과의 팽팽한 대결을 펼쳐내 재미를 찾았었다면, 김주혁은 그보다 유연하고 허술한 매력을 꺼내놓으며 본인의 기존 배우 이미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히 김주혁은 ‘1박2일’의 시작부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영구’ 분장을 하고 개그 욕심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긴 바 있다. 김주혁, 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정말 잘 생긴 배우, 그의 이름이 주는 막연한 신뢰감 등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시청자들은 작정하고 망가지는 그의 모습에 폭소했고, 이후 그가 한 발 뒤로 물러나 보이는 배려심과 소탈한 면모에 응원을 보내는 중이다. 작정하고 제작진과 붙었을 때 묘하게 논리적인 그의 말솜씨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방송에서는 방안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 장작불을 피울 사람이 필요했는데, 모두가 귀찮았던 와중에 김종민은 이를 입수 벌칙을 받았던 김주혁에 은근슬쩍 떠넘기고 싶어 했고, 이에 김주혁은 “정말 내가 호구로 보이냐”고 발끈해 웃음을 안겼다. 김준호는 “1년 만에 영구에서 호구가 됐다”고 1년 동안 그의 활약상을 압축, 정리해 웃음을 더했다.
‘구탱이형’, ‘니코틴패스’ 등 매 여행마다 별명을 만들어내는 별명 부자 김주혁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던지는 말 한마디로 젠틀하면서도 어딘가 독특한 그만의 개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1박2일’의 품격을 끌어올리고, 또 이전 시즌과 차별화 해내는데 큰 몫을 해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1박2일’ 유호진PD는 “(김)주혁 형은 좋은 사람이 가지는 좋은 기운이 있었다. 맏형이지만 억압적이지 않고, 때론 져주고 때론 챙겨주는 모습이 좋다”고 애정을 드러내며, “주혁이 형이 연말 시상식서 신인상을 탔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고, '1박2일'의 맏형이다. 욕심이 난다. 주혁이 형이 신인상을 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다”고 그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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