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가수 이효리가 남녀노소 열광하는 섹시 스타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셀러브리티를 넘어, 찬반과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는 소셜테이너의 길로 완전히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동물보호, 친환경 등 비교적 라이프스타일에 치중된 행보로 눈길을 끌어온 그는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쌍용 자동차 해고자들을 응원하는 글로 가장 첨예한 '사회 정치적' 문제로 발을 들였다.(지난 2월 노란봉투 캠페인에 동참한 게 알려지기도 했지만,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올린 건 더 적극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약자' 편에 선다는 점에서 이전의 동물 보호 등의 운동과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노동자 문제는 사람마다 '약자'를 설정하는 기준이 다르고 극명한 찬반이 나뉘는 입장을 가진다는 점에서 더 '정치'적으로 읽히고 있는 상태.

이효리는 과감하게 해고 직원들의 편에 서면서 나머지 '사측'에 더 이입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호감'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선 셈이다.
단순히 호감을 잃는 정도가 아니라, 강력한 안티 집단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문제는 더 치명적. 나와 '다름'은 곧 '틀림'이 되는 경향이 짙은 국내 사회에선 더 그렇다.
실제로 이효리는 일반 가수였다면 겪지 않아도 될 각종 구설을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음악성을 두고 의견이 갈릴 뿐이었던 관련 댓글은 치열한 정치 토론장이 됐고, 사소한 발언 하나에도 시비거리를 찾아내려는 안티팬들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특히 섹시 스타, 혹은 제주도에서 콩을 재배하는 주부가 '뭘 알고' 발언할 리 없다는 강력한 선입견도 작용 중이다. 최근 논란이 된 유기농 표기 사건도 해석하기에 따라 단순히 '연예인이라서' 겪는 촘촘한 검열 그 이상으로 볼 수도 있다.
이같이 달라진 분위기는 그 누구보다 이효리가 잘 알고 있을 터. 그는 이 '걱정스러운' 상황이 괴롭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움츠러드는 듯한 인상은 주고 있지 않다. 인상적인 건 자신의 화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는 완전한 논리로 무장하거나, 격렬하게 반발하거나, 감성에 호소하는 대신 '(복직이 된다면) 비키니를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는 등의 표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공격적이지 않게, 어쩌면 힙하고 쿨하게 사회 문제에 답하는 그의 태도는 기존 소셜테이너와 또 다른 지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효리에게서 돌아선 사람들의 의견처럼 실제 그는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CF퀸이었던 그가 갑자기 CF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본과의 싸움에 힘겨운 사람들의 편에 서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건 아니다. 제주도에서 소탈하게 살아가는 소길댁이라는 정체성과 언급 한번으로 렌틸콩을 어마어마하게 팔아치우는 영향력은 양립하기 어렵다. 블로그를 통해 사생활을 오픈하면서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호소하는 것 또한 어찌보면 모순이다.
노동자 문제는 꾸준하게 발생하고, 치열한 여론전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이효리는 앞으로 계속 관여되거나, 인용되거나,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 사회 정치적 입장이 한번 공식화되면, 비슷한 사례의 매우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한마디'를 부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딜레마도 발생할 전망.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응하면 대중에게 이효리는 '피곤한' 스타가 될 것이고, 그때마다 거절하면 '여론에 불리할 땐 돕지 않는' 기회주의자가 될 수 있다.
사회 문제 하나 언급했다고 곧바로 '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그런 유명인에게 상당한 짐을 지우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독도, 역사 문제 등 사회 대다수가 공감하는 일에 앞장 설 때와 달리, 세월호 문제부터는 적지 않은 안티 팬의 공격에 노출된 김장훈이 이효리에게 응원을 보낸 것은 그래서 눈길이 쏠린다. 그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다. 소셜테이너라는 이름이 앞에 붙는다는 건. 그 만큼 적도 많아지고 제약과 책임감도 무게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약자들을 위해 장미빛 정원을 뛰쳐 나와 가시밭길을 택한 이효리 양의 용기와 행보에 선배가수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응원과 존경심을 함께 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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