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규식, “김성근 감독님 만나면 울 것 같아”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2.24 17: 55

LG 트윈스 신인 포수 정규식(24)은 흔치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불과 몇 달 전에는 고양 원더스에서 뛰었다. 원더스가 배출한 프로선수는 많지만, 정규식은 원더스의 유일한 신인 드래프트 지명자다. 2015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서 LG가 지명, 한국 귀국 1년 만에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현재 정규식은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 중이다. 입단 동기들과 함께 숙박하면서 데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천에서 정규식을 만나 LG에 지명되기까지 이야기, 그리고 프로무대 데뷔를 앞둔 소감 등을 들었다.
먼저 정규식은 포수로 포지션을 전향하게 된 사연부터 전했다. 정규식은 팀 선배 황목치승의 모교인 교토 국제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내야수에서 포수로 포지션을 바꾸며 포수가 됐다. 

“원래는 내야수였다.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갈 때 갑자기 포수를 맡게 됐다. 당시 우리 팀 주전 포수가 전학을 갔고, 포수 자리가 비었다. 감독님께서 제안하셔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에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훈련양이 원더스 이상이었다. 잠도 안 자고 훈련했다. 포수가 없으면 경기를 할 수 없으니까 재일교포인 이순사 감독님께서 엄청 훈련시키셨다. 그러다보니 대학교에서도 포수를 계속했고, 대학 졸업 후 실업야구팀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썼다.”
정규식은 실업팀에서 기량을 향상시켜 일본 프로팀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프로의 문은 열릴 것 같지 않았다. 1년만 더 해보자는 다짐으로 한국에 돌아왔고, 귀국 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며 원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좌우명이 ‘후회하지 말자’다. 그런데 실업팀에 가고 난 후 정말 잘못 선택했다는 느낌이 왔다. 프로에 가야하는데 이 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1년만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우연치 않게 김성근 감독님을 만났다. 고등학교 이사님이 김성근 감독님이랑 아는 사이셨고, 그래서 김성근 감독님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감독님께서는 이미 나를 알고 계셨다. 감독님이 ‘왜 일본 프로팀에 가지 않았냐? 나는 네가 일본 프로에 있는 줄 알았다’고 하시면서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셨다. 몇 달 후 원더스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정말 신기한 인연으로 행운을 누리게 됐다.”
이어 정규식은 원더스 시절 자신이 성장할 수 있게 해주신 김성근 감독과 코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원더스에 있었기 때문에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원더스의 경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거의 맨투맨으로 붙어서 지도하신다. 이전까지는 일본에서만 야구를 했는데 한국에 오고 나서 운이 좋게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만났다. 원더스에 왔기 때문에 실력이 늘었고 프로가 될 수도 있었다. 훈련이 힘들긴 했지만, 그보다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나도 힘든데 연세 많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 끝나면 바로 쓰러져서 잠들었다. 그 정도로 훈련양이 많았다.”
정규식은 2014시즌 원더스의 주전포수로 자리 잡았다.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에게도 주목 받기 시작했다. 당시 프로 스카우트가 정규식에게 내린 평가는 “어느 팀 2군 주전포수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였다. 정규식은 타석에서도 맹활약, 교류전 58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8푼2리 2홈런 53타점 OPS 1.046을 기록했다.
“2군 프로팀들과 상대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사실 처음에는 과연 우리가 프로팀과 제대로 경기할 수나 있을까 의심했다. 하지만 일본 전지훈련에서 한신 세이부와 막상막하 경기를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넥센과 kt도 이겼다. 유독 LG가 힘들었다. LG 2군이 워낙 좋았다. LG와 첫 3연전에서 1무 2패를 했던 게 기억난다. 그러다가 구리에서 처음으로 LG를 이겼다. 당시만 해도 LG는 내게 ‘정말 상대하기 힘든 팀’이었다. 내가 LG로 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지난 8월 25일 드래프트 이전까지 원더스 선수는 신고선수로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퓨처스리그 교류 경기를 통해 상대팀 구단에 강한 인상을 남기면, 프로 유니폼을 입는 식이었다. 정규식은 최초로 원더스 출신 드래프트 지명자가 됐다.
“드래프트 지명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설마 나를 지명할까?’싶었다. 구단 입장에선 우리 팀 다른 선수들처럼 나중에 나를 신고선수로 데려와도 된다. 드래프트 당일 이전과 마찬가지로 훈련하고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전화를 받더라. 내가 4라운드서 지명이 됐다고 했다. 나도 기분이 좋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정말 좋아하셨다. 감독님은 주위사람들에게 내가 드래프트서 지명될 수 있다고 말하곤 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지명 받고 많이 우셨다. 일본에 갈 때도,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아버지와 많이 다퉜었다. 프로가 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규식의 목표는 LG 유니폼을 입고 한화 김성근 감독과 만나는 것이다. 힘든 일이지만, 단점을 고쳐가며 1군 무대서 꼭 김성근 감독과 마주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에서 자랐기 때문에 LG에서 뛴다면 멋있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LG라는 게 조금은 어색하다. LG 입단하고 나서 김성근 감독님께선 전화로 ‘열심히 해라’고 하셨다. 원래 전화를 하면 1분을 넘기기가 힘들다. 원더스 첫 드래프트 지명자로 주목 받았는데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이기는 팀의 포수가 될 것이다. LG가 승리했을 때 자리를 지키는 포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어깨와 스피드 모두 자신 있다. 정교한 부분이 부족한데 이를 채워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한화와 맞붙는 경기서 김성근 감독님을 만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상대팀이지만 감독님도 나를 보면 뿌듯해하실 것이다. 빨리 그 날이 올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하겠다.”
drjose7@osen.co.kr
위:고양 원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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