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진입' 봅슬레이, 이용 감독도 예상치 못한 결과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2.24 19: 12

"5위권 진입은 3년 후 목표였는데,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이용(37) 감독이 이끄는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10월 초부터 시작된 전지훈련과 2014-2015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대회 등을 마치고 돌아온 대표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었다. 썰매 종목의 상승세는 더없이 가파르다. 남자 2인승의 원윤종(30), 서영우(24, 이상 경기연맹)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4-2015시즌 FIBT 월드컵 2차 대회서 1, 2차 합계 1분49초88의 기록으로 월드컵 사상 아시아 최고인 5위에 올랐다.

둘은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서 아시아 최초 8위라는 대업을 달성한 뒤 1주일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월드컵 대회의 선전으로 봅슬레이 2인승 부문 세계랭킹 18위였던 원윤종은 올 시즌 세계랭킹 5위로 단숨에 뛰어 오르며 세계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 감독은 "이번 목표가 톱10 진입이었는데 월드컵 1차 대회 때 8위를 달성했다. 톱5 진입은 3년 후 목표였는데,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며 미소를 보였다. "당장 다음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하나 당황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이 감독은 "원윤종의 드라이빙 기술과 서영우의 스타트 기술이 좋아져서 가능했던 결과다. 메달을 목표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이번에 거둔 호성적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원윤종은 올시즌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스타트와 경험을 꼽았다. 원윤종은 "스타트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고 경험이 쌓이는 것 같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남은 3년 준비 잘하면 평창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확실하게 끌어올린 서영우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스타트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말문을 연 후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려 노력하겠다. 우리 스타트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앞으로도 더 운동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며 "평창 목표는 무조건 1등이다.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동계스포츠 중에도 비주류였던 봅슬레이의 괄목할 만한 상승세는 평창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봅슬레이는 물론 스켈레톤을 포함한 썰매 종목이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국내 경기장 건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평가다. 원윤종도 "국내에 경기장이 완공되면 그 때부터 계속 타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같은 코스를 달리며 0.01초를 줄이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펼치는 썰매 종목에서 코스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커다란 이점이다. 최근 분산 개최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한 이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표한 아젠다2020에서 국가간 올림픽 분산 개최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썰매 종목을 일본 나가노에서 치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썰매 종목의 분산 개최안이 떠오르면서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단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윤종은 "불안하지만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경기를 치르는 것밖에 없다. 세계 각지에 있는 트랙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랭킹이 올라가는만큼, 랭킹을 바탕으로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고 열심히 하자 다짐했다"며 흔들림 없이 매진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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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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