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신 있었던 경기장에서 한 발짝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조인호(37) 감독이 이끄는 한국 스켈레톤 대표팀은 전지훈련 및 월드컵 대회를 마치고 24일 오후 봅슬레이 대표팀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 어느 때보다 큰 소득이 있었던 대회였기에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다. '한국 스켈레톤의 희망' 윤성빈(21, 한국체대)이 썰매 종목 사상 첫 월드컵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FIBT 월드컵 2차 대회에 참가해 세계선수들을 누르고 2차 합계 1분52초23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썰매 종목이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그러나 윤성빈은 결코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윤성빈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 기분 좋지만 가장 자신 있었던 경기장에서 한 발짝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며 만족보다 발전에 대한 욕심을 강조했다.
윤성빈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놀라운 성장세로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했던 선수다. 조인호 감독은 "윤성빈이 FIBT 남자 선수 중 월드컵에서 최단 기간에 메달을 획득한 선수라고 하더라"며 제자의 괄목할 만한 성장 속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윤성빈 스스로가 꼽는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윤성빈은 "이번 경기장에 썰매 정비 부분에서 외국인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체계적인 분석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고도 해이해지지 않고 평창까지 4년이 남았다는 마음으로 흐트러짐 없이 훈련한 것이 좋은 기록이 나온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이렇게만 하면,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이야기한 윤성빈은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썰매 트랙이 생겨서 많이 탄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단점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 역시 "윤성빈은 지금 기대의 100~150% 이상을 해주고 있다. 이번에 메달을 따낸 캘거리도 윤성빈에게는 250번에서 300번 이상 탄 홈트랙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경쟁국들도 코스에 대해 많이 분석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잘 따라와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훌륭한 제자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한편 조 감독은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이 분산 개최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성빈이와 이야기한 것이 있다. 우리 홈에 트랙 경기장이 생기면 그곳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꼭 메달을 따서 우리가 평창에서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말이다." 그렇게 덧붙인 조 감독은 국민들이 평창에 걸고 있는 기대를 이루기 위해, 더 나아가 한국 썰매 종목의 미래를 위해 원래 계획대로 슬라이딩 센터가 평창에 지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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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