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미달에 야반도주, 外人 17년 잔혹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2.25 06: 04

외국인선수는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1년 농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까지 평가하는 이들이 많은데, 잘 뽑으면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지만 만약 형편없는 기량을 지닌 선수가 입단하면 그 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올해까지 17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한국을 다녀갔다. 뛰어난 기량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주머니까지 두둑하게 챙긴 선수가 있기도 하지만 실패작은 그보다 더 많았다. 각 구단별로 딱 한 명씩만 '최악의 외인'을 꼽는다면 누가 적당할까.
삼성은 발비노 갈베스를 잊을 수 없다. 성적이 엉망인 선수도 많았지만 갈베스는 다혈질인데다가 거짓말까지 일삼았다. 미국과 일본을 거친 갈베스는 2001년 삼성에 입단했을 때 한 수 위의 기량으로 타자들을 쥐락펴락했다. 시즌 중반에 합류했지만 빠르게 10승을 달성,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10승달성 후 어머니 병환을 이유로 고국에 돌아갔다가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귀국을 미뤘고, 결정적으로 두산과 가진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해 삼성에 또 한 번의 준우승만 안겼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이제까지 총 12명의 외국인선수만 오갔다. 때문에 다소 부진한 선수는 있어도 극단적인 선수는 적다. 중도퇴출된 선수도 다른 구단에 비해 적었는데, 제이슨 스코비(2008년)·덕 클락(2010년)·브랜든 나이트(2014년) 등 3명이 전부였다. 이들도 팀에는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이제 1군에서 2년 밖에 경험하지 않은 NC지만, 2013년 함께했던 아담 윌크는 상처만을 남겼다. 에이스로 기대를 받으며 'ACE' 트리오 가장 앞에 이름을 올렸던 아담이지만 적응에 실패, 좋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게다가 시즌 도중 트위터에서 설화를 일으켰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한국과 NC에 대해 왜곡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은 외국인선수 실패사례도 닮았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난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LG 마무리투수로 입단한 에릭 아이바는 스프링캠프에서 단 19개의 공을 던진 게 LG 유니폼을 입고 투구를 한 전부였다. 시범경기에 돌입하자 갑자기 아프다고 했고, 정규시즌에 들어가서 부상을 숨기고 있었다는 게 밝혀져 퇴출됐다. 물론 계약금과 1년치 연봉은 모두 받아 진정한 의미에 '먹튀'였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라몬 라미레스는 시범경기에서 최고구속 130km 초반대 공을 던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시즌을 2군에서 맞이한 라미레스는 끝내 구위를 회복하지 못해 1군에 단 한 경기도 못 나오고 퇴출됐다.
롯데는 창단 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2000년대 초반 함량미달 외국인선수가 많았다. 2002년 백인천 전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필요없다고 호기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팀 성적은 꼴찌였고 2003년 직접 나서 일본에서 모리 가즈마와 보이 로드리게스를 데려왔다. 모리는 기량미달로 단 한 경기도 못 뛰고 퇴출됐고, 보이는 단 7경기에 출전해 안타 4개에 타율 1할9푼만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1998년 해태(현 KIA)는 트라이아웃에서 숀 헤어를 1라운드에 지명했다. 그렇지만 지명 후 바로 계약을 맺지는 않았고 시즌 중반에 그를 다시 한국으로 볼렀다. 운동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헤어는 타율 29경기 2할9리 3타점에 그친 채 짐을 쌌다. '3할을 원하는가 30홈런을 원하는가', '담장을 넘기면 홈런인가 구장을 넘기면 홈런인가' 등 확인되지 않은 그의 발언은 팬들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곧바로 야구계를 떠난 헤어는 모건 스탠리 셔먼 오크 부지점장까지 승진하며 금융계에서 승승장구했다.
SK는 올해 최악의 외국인선수를 경험했는데, 화려한 경력을 가진 루크 스캇이 이만수 전 감독과 갈등을 빚고 시즌 중반 퇴출됐다. 마무리로 변신, 호투하던 로스 울프는 아들의 병환으로 8월 갑작스럽게 팀을 떠났다. 조조 레이예스는 2년 연속 실망스러운 투구를 거듭한데다가 퇴출 뒤에는 트위터에서 말썽을 빚었다.
끝으로 한화는 2010년 호세 카페얀(15G 11패 ERA 9.15), 2012년 브라이언 배스(2G 1패 ERA 48.60) 등 함량미달 선수도 있었지만 2001년 야반도주했던 호세 누네스가 가장 악질이었다. 입단 때부터 난데없이 등록명을 '누니언'으로 해달라고 요구해 말썽을 빚었던 누네스는 시즌이 한창이던 5월 중순 불륜을 눈치채고 한국까지 쫓아 온 부인을 피해 고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무단이탈이었다는 점, 이후 누네스는 한화에 돌아왔지만 한화는 벌금 200만 원만 매기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누네스는 짐을 싸야했다. 야구를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구단을 무시하고 16일이나 무단이탈을 한 점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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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이바, 라미레스, 스캇, 레이예스, 배스, 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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