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류현진과 비교해 보면 강정호는 어떤 상황일까.
강정호는 최고 입찰액 500만2015달러를 써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30일 동안 협상에 돌입했다. 내달 20일이 마감시한으로 여유가 있다. 강정호가 포스팅을 수용하고 협상에 돌입함에 따라 2년 전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과 직간접적 비교가 이뤄지고 있다.
먼저 의외의 팀이 최고 입찰액을 써냈다는 점에서는 류현진과 비슷하다. 지금이야 다저스와 류현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됐지만 당시에는 시카고 컵스,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야기가 나왔다. LA 다저스 루머는 거의 없었다. 강정호가 전혀 거론되지 않은 피츠버그에 낙찰된 것이 같다.

2년 전 류현진과 계약할 당시 다저스는 선발 마운드가 탄탄했다.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와 채드 빌링슬리에 베테랑 조시 베켓,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해렁, 테드 릴리에 FA로 영입한 잭 그레인키까지 10승 경험이 풍부한 투수들로 선발진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신인 류현진이 바늘구멍과 같은 다저스 선발진을 뚫을지 걱정이 적잖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실력으로 모든 경쟁을 뚫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코칭스태프 눈도장을 받았고, 무난하게 선발 자리를 꿰찬 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커쇼·그레인키에 이어 3선발로 자리했고, 캠프에서 류현진과 경쟁했던 베테랑들은 2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모두 다저스를 떠났다. 다저스가 미래를 내다봤고, 류현진이 실력으로 답했다.
강정호도 만약 피츠버그와 계약할 경우 류현진처럼 경쟁을 뚫어야 한다. 유격수 조디 머서, 2루수 닐 워커, 3루수 조시 해리슨이 주전으로 수준급 활약을 했다. 지금 당장 강정호의 자리가 마련될지 미지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얼마나 기회가 주어질지가 가장 큰 변수인데 기회의 관건은 결국 계약 규모가 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다저스로부터 무려 2573만7737달러를 입찰 받은 뒤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연고 빅 마켓 구단 다저스는 당시 새로운 구단주 그룹이 들어오며 과감한 투자를 할 때였고, 검증되지 않은 류현진에게도 거액을 베팅할 수 있었다. 총액으로 약 6173만 달러를 쓴 투수인데 선발 기회 보장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반면 강정호는 이 부분에서 류현진과 상황이 다르다. 그의 입찰액 500만 달러로 따낼 수 있는 계약은 최대치가 1000만 달러 수준이다. 강정호 측이 원하는 조건과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피츠버그는 스몰 마켓으로 거액을 쓰는 구단이 아니다. 강정호에게 대박 계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무엇보다 야수는 투수보다 '기회'라는 측면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고된다.
물론 류현진도 계약 마감시한 직전에 다저스와 사인할 정도로 줄다리기를 벌였다. 강정호 역시 마감시한까지 팽팽한 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2년 전 류현진과 같은 듯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강정호가 낭보를 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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