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7, 넥센)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손에 넣은 피츠버그가 전력보강은 물론 부수적인 효과도 얻는 모양새다. 강정호가 같은 지구의 라이벌 팀으로 향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제 연봉협상에서 얼마의 대우를 해주느냐가 관건으로 남게 됐다.
강정호의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경쟁에서 500만2015달러를 써내 교섭권을 따낸 피츠버그는 내야 자원이 비교적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강정호 영입전에 뛰어들어 승리했다. 현지에서는 강정호가 곧바로 주전 자리를 따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간 신중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틸리티 플레이어, 그리고 주전급 백업 선수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비교적 높게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피츠버그는 3루수 조시 해리슨, 유격수 조디 머서, 2루수 닐 워커로 이어지는 내야진을 구축하고 있으나 세 선수 모두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머서는 풀타임 MLB 경력이 부족한 편이다. 아직 장기계약 합의에 이르지 못한 워커는 팀을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있다. 올해 첫 3할의 벽을 깬 해리슨 역시 이 정도 성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언제든지 구멍이 생길 수 있고 피츠버그는 그 구멍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강정호를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결과적으로는 라이벌팀의 전력보강을 막는 부수적인 성과도 얻었다. 현지 언론 및 MLB 관계자들에 의하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 팀인 필라델피아는 강정호 영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실제 이번 포스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루이스 또한 24일 단장이 직접 강정호 영입전에 나섰음을 시인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만 적어도 세 팀이 강정호 입찰에 뛰어든 셈이다.
필라델피아는 지미 롤린스가 트레이드를 통해 LA 다저스로 이적, 유격수 포지션이 시급한 팀이었다. 오히려 필요성만 놓고 보면 가장 절박했을 팀이다. 세인트루이스 또한 비교적 잘 짜인 내야를 보유하고 있으나 피츠버그와 비슷한 이유로 강정호를 원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높다. 콜튼 웡과 함께 2루를 놓고 겨룰 수 있었다. 하지만 피츠버그의 과감한 입찰로 두 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일각에서는 피츠버그의 내야가 탄탄한 것을 들어 강정호의 연봉협상이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장입찰’이나 ‘아니면 말고’식의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한 관계자는 “피츠버그와 같이 시장이 크지 않은 팀이 50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적어냈다는 것은 분명 강정호에 대한 뚜렷한 기대치가 있다는 것이다. MLB 팀들이 허투루 포스팅을 하는 경우는 없다”라면서 “이미 포스팅 금액에 비례해 연봉협상도 준비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일단 강정호의 라이벌팀행을 막은 피츠버그가 어떤 연봉협상 전략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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