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 난항’ LG 구단, 투수진 맹활약 망각?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2.25 10: 01

LG 트윈스의 연봉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어느덧 다섯 번째 신연봉제.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이번에도 형평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예상했던 것 이상의 인상률을 기록한 선수가 있는 반면, 특정 선수는 2, 3년 연속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야수진과 투수진의 인상률 차이가 큰 편이다. LG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원동력이 마운드에 있음에도, 투수들은 구단 제시액에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
LG는 2010년 겨울 연봉협상부터 신연봉제를 시행했다. 팀 성적에 따라 전체 연봉 파이를 정하고 야구 세이버 매트릭스 중 하나인 윈세어(Win Share)를 적용해 고과를 산정했다. 그러면서 매년 연봉 널뛰기 현상이 반복됐다. 기본 연봉을 받던 신예선수가 억대 연봉자가 되는가 하면, 억대 연봉자가 대폭 삭감의 아픔을 맛봤다.
LG 구단은 매년 이를 수정 보완하고 있다고 한다. 윈세어의 적용비율을 줄여가고 있고, 올해에는 지난해(74승)보다 적은 62승에 그쳤음에도 연봉 총액은 늘렸다고 주장한다. 정성평가를 외치며 중간투수들이 불펜에서 몸을 푼 것도 고과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현재 야수들은 대부분 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는 정반대다. 고과 상위에 랭크된 4, 5명의 투수 모두가 미계약 상태다. 모 투수는 “우리가 2년 연속 평균자책점 부문 상위권(2013시즌 3.72 1위·2014시즌 4.58 3위)에 올랐고, 지키는 야구로 가을잔치 티켓을 따냈음에도 평가는 너무 박하다”고 이야기한다. 또다시 신연봉제의 맹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LG 구단은 지금까지 두 차례 신연봉제 예외조항을 시행했다. 2012년 겨울 시즌 타율 1할7푼8리로 부진했던 이대형의 연봉을 8500만원으로 동결했다. 모두가 큰 폭의 삭감을 예상했으나 이대형이 이듬해 FA가 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연봉을 그대로 보존해줬다. 그리고 대폭 인상이 예상됐던 봉중근은 1억5000만원으로 동결됐다. 당해 봉중근은 마무리투수로 변신, 40경기 38이닝을 소화하며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로 맹활약했다. 블론세이브가 하나 밖에 없을 정도로 철벽을 이뤘다. 2012시즌 봉중근의 마무리전환 성공이 LG가 막강 불펜진을 형성하는 시작점이 됐다.
물론 당시 봉중근의 연봉과 관련해선 내막이 있었다.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자 LG 구단과 봉중근은 세이브당 수당을 받는 옵션에 합의했다. 그리고 봉중근은 2013시즌 38세이브를 기록하며 LG 구단이 예상했던 것 이상의 연봉을 받아갔다. 2013년 겨울 봉중근은 3억원이 인상된 4억5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 인상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봉종근의 2013시즌 실수령액은 4억5000만원 이상이었다.
신연봉제의 맹점은 예외조항에 그치지 않는다. 고과산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윈세어가 모순덩어리가 되고 있다. 윈세어 상위권에 자리한 선수들 절반 이상이 고과산정이 필요없는 FA 계약자나 외국인선수다. 일례로 2012시즌 윈세어를 보면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오지환 봉중근 주키치 이병규 유원상 리즈 최동수 순으로 순위가 형성되어 있다. 2013시즌 순위는 박용택 봉중근 정성훈 이병규 이진영 리즈 오지환 정의윤 김용의 윤요섭이다.(2014시즌은 LG 구단에서 불펜투수들에게 가중치를 부여했고 윈세어의 비중을 줄였다고 한 만큼, 윈세어 순위를 기재하지 않았다)
 
2012시즌 윈세어 상위 10위 중 5명이 FA 혹은 외국인선수, 2013시즌도 5명이 FA 계약자나 외국인선수다. 신연봉제 시행 이후 매년 상위권에는 이렇게 FA 계약자와 외국인선수가 자리했다. 실제로 이들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고 활약도 빼어나다. 하지만 LG 구단이 왜 굳이 윈세어를 고과산정에 기준으로 책정했는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윈세어는 정해진 승수를 나눠가져가는 식으로 계산된다. 2012시즌 LG는 57승을 했기 때문에 선수 전체의 윈세어를 더하면 57이 된다. 74승을 한 2013시즌도 선수들 모두의 윈세어를 합치면 74를 이룬다. FA 계약자와 외국인선수가 상위권을 독식하기 때문에 정작 연봉협상 대상자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윈세어가 투수보다는 야수에 유리한 측면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순위에서 나타나듯 2013시즌 상위 10위 중 투수는 2명(봉중근·리즈)에 불과했다. 물론 11위에 우규민, 12위에 류제국, 14위에 이동현이 자리했으나 당해 LG가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찍은 것을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야수의 경우 공격과 수비의 비중을 각각 40%와 60%로 나눠서 책정한다. 그리고 포지션 별로 인센티브가 적용, 포수 유격수 2루수 중견수에게는 가산점이 크게 붙는다. 하지만 투수는 야수보다 단순하게 계산이 이뤄진다. 특히 마무리투수를 제외한 불펜투수들에게 불리하다. 경기는 많이 나가지만 이닝이 적고, 홀드에 대한 가산점이 적기 때문에 당해 혹사를 당하지 않으면 높은 윈세어를 기록하기 힘들다. 
최근 LG 구단은 현봉협상 과정에서도 마찰을 일으켰다. 협상 대상자와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선수단 사이에서 연봉 제시액이 노출됐다. 몇몇 선수들과는 첫 번째 만남에서 제시액을 이야기하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운영팀이 연봉 산정과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데 매끄럽지 못하다. 구단 고위층은 이주까지는 운영팀의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볼 계획. 이대로라면 이번 신연봉제 협상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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