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득점 신기록 불명예’ KBL, 외인 동시출전 힘 싣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2.25 09: 40

54점차 대패? 한 쿼터 단 3점?
프로농구에 연일 불명예스러운 저득점 신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23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서울 삼성을 100-46으로 대파했다.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점수 차였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 역사상 최다점수 차 경기가 나왔다.
이날 삼성은 2점슛 28.9%(11/38), 3점슛 26%(6/23), 자유투 40%(6/15)를 기록하며 실책은 18개나 쏟아냈다. 4쿼터 중반 이미 40점 이상 점수가 벌어진 가운데 더 악착같이 뛴 쪽도 전자랜드였다. 전자랜드 홈경기였기에 경기장 분위기는 밝았다. 하지만 삼성 홈경기서 이런 경기가 나왔다면 과연 돈을 주고 들어온 팬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현장 분위기는 어두웠다. 이긴 쪽은 미안했고, 패한 쪽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패장 이상민 삼성 감독은 “다시는 이런 경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현장을 빠져나왔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의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승장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역시 “일부러 점수를 넣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같은 감독으로서 마음이 좀 그렇다”며 후배를 위로했다. 
KT는 24일 동부를 상대로 2쿼터 단 3득점에 그쳤다. 올 시즌 한 쿼터 최소득점 기록이었다. 2006년 전자랜드가 세운 역대 한 쿼터 최소 2점에 KT는 1점 모자랐다. 심지어 KT가 2쿼터 올린 3점은 모두 자유투 득점이었다. 조성민이 2점, 찰스 로드가 2개를 쏴서 1개를 넣었다. KT가 2쿼터 시도한 야투 12개(2점슛 10개, 3점슛 2개)는 모두 불발됐다. 농구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선수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기록이었다.
경기를 하다보면 저득점은 나올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치열한 수비공방에 의한 결과가 아닌 것이 문제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노마크 골밑슛이나 자유투 실패를 보면서 팬들은 '프로 맞아?'라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농구가 경쟁종목 축구나 야구에 비해 유리한 점은 공수전환이 빠르고 득점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저득점이 계속되는 농구는 팬들이 보기에 매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영기 KBL 총재는 다음 시즌 외국선수 2인 동시출전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총재는 “득점이 곧 만족도”라는 근거를 댔다. 100% 옳은 말은 아니지만 전혀 일리가 없지도 않다. 삼성경기를 보면서 팬들이 느꼈을 실망감은 만족도 41%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의 저득점 현상은 KBL이 외국선수 2인 동시출전을 도입하는데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 제도가 현실화되면 국내선수들은 외국선수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고 더욱 설자리를 잃게 된다. 선수들이 이를 원치 않는다면 더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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