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G 우규민, "암흑기? 내가 잘 하면 돼"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2.25 13: 36

LG 트윈스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29)이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 대부분이 따뜻한 곳에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우규민은 매일 이천에서 재활에 전념하는 중이다. 지난 22일 우규민에게 선발투수 변신 성공과 암흑기 시절, 그리고 2015시즌 복귀의지 등을 들었다.
LG 차명석 수석코치는 우규민의 첫 인상을 잊지 못한다. 차 코치는 “선수가 성공하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신력이 아닌가 싶다. 규민이가 신인 때 우연치 않게 선배들과 족구를 하는 모습을 봤다. 고졸 신인임에도 당차게 서브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수도 많이 했는데 선배들 눈살에 기죽지 않더라. 속으로 ‘저 선수는 되겠다’ 생각했다”고 10여년 전을 회상했다.
실제로 우규민은 2006시즌 후반기 당시 투수코치를 맡았던 차 코치의 추천으로 마무리투수로 올라섰다. 62경기 75⅔이닝을 소화하며 17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 철벽투를 펼쳤다. 이듬해에도 우규민은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65로 활약하며 LG의 뒷문을 책임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우규민은 2008시즌과 2009시즌 2년 연속 부진했고, 2009년 겨울 경찰청에 입대했다.

경찰청이 우규민에겐 전환점이 됐다. 퓨처스리그에서 뛰며 체인지업을 터득했고, 선발투수 전환도 꾀했다. 우규민은 2011시즌 경찰청 선발투수로서 15승 무패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 퓨처스리그를 지배했다. 전역 후 LG로 복귀, 2012년 6월 16일 군산 KIA전에서 주키치가 장염으로 결장하자, 대신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통산 첫 선발승을 올렸다. 처음 1군 무대 선발 등판 경기. 그것도 전날 밤 선발 등판 통보를 받았지만, 2년 동안 준비했던 것을 모두 보여줬다.
2013시즌부터 우규민은 풀타임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꿨고 승승장구했다. 2013시즌 30경기 147⅓이닝 10승 8패 평균자책점 3.91로 에이스로 떠올랐다. 2014시즌도 29경기 153⅔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점 4.04로 타고투저 시즌임에도 맹활약했다. 평균자책점 부문 토종 선발투수 2위·최저볼넷(34개) 토종 선발투수 1위·WHIP(1.33) 토종 선발투수 1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서도 활약은 계속됐다. NC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넥센과 플레이오프 1차전 역시 5이닝 2실점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 경기 중 타구에 맞는 부상이 없었다면, 우규민의 호투는 길게 이어졌을 확률이 높았다.
선발투수로 대반전에 성공한 만큼, 마무리투수로 커리어를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규민은 단호했다. 마무리투수를 하면서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선발투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선발투수를 맡았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마무리투수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경험도 많이 쌓았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도 하나씩 터득해갔다. 사실 프로에 올 당시에는 선발투수라는 꿈은 한 번도 꾸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사이드암투수기 때문에 마무리투수가 꿈이었지 선발투수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군대에서 보낸 2년이 내게 선발투수란 문을 열어줬다. 2년 동안 구종을 연마하면서 선발투수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투수로 실패한 만큼, 선발투수로 돌파구를 열고 싶다는 마음도 강했다. 내가 선발투수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군대가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우규민이 선발투수로 전환하면서 LG의 성적도 올라갔다. 2013시즌 LG는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14시즌에도 대반전에 성공하며 가을잔치 티켓을 얻었다. 암흑기에 마침표가 찍혔고, LG를 두고 상위권 팀이라 부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우규민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2년 연속 10승을 거뒀고, 팀도 좋은 성적을 냈지만, 에이스 선발투수가 되고 진짜 강한 팀이 되려면 3년 연속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저평가가 아쉽기도 하지만, 3년 연속 10승을 하면 해결될 문제라 봤다.
“암흑기를 돌아보면 2008시즌과 2009시즌 좀 더 정신 차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게 다 내가 우리 팀 마무리투수를 해서 나온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행히 선발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시즌에 3년 연속 10승을 하면 내 자신을 인정하려고 한다. 주위로부터 저평가 받는 부분이 있어 아쉽기는 하다. 암흑기를 보낸 시기가 길어서 그런 것도 같다. 항상 못했던 것은 아닌데, 팀 성적이 안 나왔기 때문에 내게도 안 좋은 인상이 남아 있는 듯하다.”
암흑기를 평가절하의 원인으로 꼽았지만, 암흑기를 통해 반성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고, 함께 주목 받았던 선수 중 몇 명은 다른 팀에서 꽃을 피웠어도, LG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보다는 자신이 직접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여기서 나가면 잘 되겠지’는 ‘나 혼자 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어려움을 극복하면 분명 좋은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잘 해서 우리 팀 성적을 내보자’는 다짐을 많이 했다. 선발투수를 맡고나서 팀에 도움이 됐고, 팀 성적도 2년 연속 잘 나와서 다행이다. 나름 팀이 성적을 내는 데 기여해 기분이 좋다.”
우규민은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포스트시즌 경기들을 꼽았다. 10년의 한을 푼만큼, 집중해서 전력을 다해 투구했다고 한다. 가득 찬 관중석과 언론의 주목이 자신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회상했다.   
“포스트시즌 첫 승을 올린 준플레이오프 NC전이 생생하다. 포스트시즌은 분위기 자체가 재미있다. 페넌트레이스 때는 컨디션이 안 좋은데 마운드에 오르면 막막하다. 공 하나 던지기도 힘들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은 변명이 없다. 몸이 어떻든 잘 던져야 한다. 페넌트레이스에선 공 100개 중에 60개 전력투구한다. 다음 등판도 생각해야 하고 일정이 길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선 공 100개 모두 전력을 다해 던진다. 공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이렇게 치열한 분위기, 전력을 다해야만 하는 분위기가 나에겐 힘이 된다.”
우규민은 변화와 안정된 제구력으로 타자를 잡는 투수다. 최고구속은 140km 초반대지만, 여러 가지 변화구를 다양한 타이밍에서 뿌릴 수 있다. 투구 밸런스가 빼어나기 때문에 와인드업을 통해 마음대로 릴리스 타임을 조절한다. 정교한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로케이션이 많다. 세밀하게 타자를 분석하고 약점을 집중공략한다. LG 양상문 감독은 우규민을 두고 “경기 운영에 이미 눈을 뜬 투수다. 자기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지는 능력이 있고 여유도 굉장히 많이 생겼다. 빠르게 던졌다가 느리게 던졌다가 하면서 완급조절을 하고 느린공으로도 타자를 잡을 줄 안다.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솔직히 몇몇 타자들은 눈에 보인다. 그런데 파악이 안 되는 타자도 많다. 하지만 어느 타자와 만나도 강한 척을 하려고 한다. 기록상 내게 강한 타자와 마주할 때는 더 자신감을 보이려 한다. 물론 나는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다. 그래서 사적인 자리에서 내게 ”나한테는 왜 체인지업만 던지냐“고 하소연하는 타자들도 좀 있다. 투수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지만,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나는 타이밍 변화와 제구력으로 타자를 잡는 투수다. 내 방식에서 흔들리면 안 된다.” 
 
우규민은 지난 11월 11일 왼쪽 고관절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큰 수술은 아니지만, 재활이 필요하며 내년 1월 16일부터 시작하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참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규민은 순조로운 재활을 위해 이천에서 숙박하며 땀을 쏟고 있다. 서울에서 재활할 수 있지만, 보다 빠르고 완벽하게 돌아오기 위해 불편한 길을 자청했다.
“이상하게 언젠가부터 스프링캠프와는 인연이 없다. 다행히 스프링캠프에 안 가도 정작 시즌에는 잘 하곤 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대박이 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다. 그러나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많아졌다. 이천에서는 내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 사실 잠실에서 재활하는 것도 생각은 했다. 그런데 현재 거동도 불편하고 매일 집에서 출퇴근하며 운전하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이천 숙소생활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지금 내게는 이천이 더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군대시절처럼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니까 시설 좋은 경찰청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내년 시즌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류)제국이형도 함께 재활해서 서로에게 힘이 된다.”
지금까지 재활 과정은 순조롭다. 트레이너는 우규민이 계획대로 몸을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규민은 고비를 맞이할 수도 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것을 다짐했다.
“재활이란 게 절대 쉽지 않다. 2003년 팔꿈치 수술 때도 그랬다. 그야말로 내 자신과 싸움이다. 한 번씩 고비가 올 때가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프면 그야말로 멘탈 붕괴가 온다. 아직은 고비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힘든 시기가 올 것이다. 잘 이겨내겠다. 2015시즌은 휴식기도 없고 144경기 장기 레이스로 치러진다. 그만큼 완벽한 상태로 돌아오겠다.”
마지막을 우규민은 2015시즌 역시 도전하는 자세로 임할 것을 강조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했어도, 여전히 갈 곳이 많이 남아있다고 봤다. 선발투수로서 3년 연속 활약하는 모습을 증명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나는 목표를 크게 잡는 스타일은 아니다. 목표를 쪼개서 설정하면 짧은 기간 동안 달성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 달씩 나눠서 목표를 만들곤 했다. 어느 자리든 마찬가지지만, 선발투수는 특히 못 했을 때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더라. 그래도 2년 동안 선발투수를 하면서 나름대로 루틴과 컨디션 조절방법 등을 정립하고 있다. 이제는 선발투수로서 한 시즌을 보내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굳이 목표를 크게 잡는다면 역시 두 자릿수 승이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하면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스스로도 인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매년 타자들이 향상되고 있고, 외국인타자도 또 바뀐다. 내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몸 상태로 돌아가서 열심히 연구하고 훈련하며 2015시즌에 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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