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타비율 1위' 류현진, 첫 홈런 언제쯤 나올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2.25 15: 02

LA 다저스 좌완투수 류현진(27)은 고교시절 4번 타자까지 쳤던 선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7년 동안 활약하며 타격을 할 기회가 전혀 없었지만 류현진은 미국으로 건너간 뒤 내셔널리그 소속으로 타격까지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통산 타격성적은 타율 1할8푼1리(105타수 19안타) 7타점이며 OPS는 .451이다. 첫 해였던 2013년에는 전체 안타 12개 가운데 2루타 3개, 3루타 1개일 정도로 의외의 타격실력을 뽐내며 타율 2할(.207)을 넘겼지만, 올해는 타율 1할4푼9리에 머물렀다. 그래도 희생번트는 2013년 6개에서 올해 8개로 진보한 작전수행능력을 보여줬다.
타석에서 해볼 건 거의 다 해본 류현진이지만 아직 홈런은 없다. 현역투수 가운데 100타석 이상 기록중인 투수는 모두 76명인데 이들 중 홈런이 하나라도 있는 선수는 39명으로 절반이 조금 넘는다. 홈런이 없는 투수 중 가장 많이 타석에 섰던 선수는 카일 로시(밀워키)로 통산 558타석 동안 홈런이 아직 없고, 로시와 같은 팀인 요바니 가야르도는 무려 홈런 12개로 현역투수 중 홈런이 가장 많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선배 박찬호는 어땠을까. 박찬호는 통산 타율 1할7푼9리(430타수 77안타)에 홈런 3개를 쳤다. 홈런 3개 중 2개가 2000년에 나왔고 2009년에 또 하나를 쳤다. 첫 홈런 상대는 하비에르 바스케스였는데, 박찬호는 데뷔 후 261타석 만에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불과 15타석만에 우디 윌리엄스를 상대로 홈런을 기록했고, 9년이 지난 뒤 크리스 볼스태드로부터 마지막 홈런을 뽑아냈다.
이제 고작 100타석을 넘긴 류현진이지만 타격 재능만큼은 범상치않다. 류현진이 활약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의 타율은 1할3푼이었다. 류현진은 평균보다 단순히 타율만 높은 게 아니라 타구의 질이 훌륭했다. 류현진은 100타석 이상 기록한 76명의 현역투수 중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34.9%로 가장 높다. 2위인 대니얼 허드슨(애리조나, 24.6%)보다 월등히 높다.
류현진은 타자로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않았고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에 변화구 대처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배트 중심에 타구를 맞히는 능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같은 기간 투수들의 평균 라인드라이브 타구비율(16.4%)의 두 배 가까이 된다.
물론 배트 중심에 맞힌다고 해서 모두 안타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라인드라이브를 많이 만드는 타자는 성적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내셔널리그에서 활약중인 류현진이 투수 치고는 좋은 타격성적을 향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까지 가능하다.
류현진은 2013년 8월 3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에릭 스털츠를 상대로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만들어냈었다. 이제까지 류현진이 친 타구 중 가장 잘 맞은 타구였고, 크기가 작은 구장이었다면 홈런까지도 노려볼 만한 타구였다. 2015년에도 류현진이 이와 같은 타구를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운드 위에서의 능력이지만, 류현진이 언제쯤 첫 홈런을 날릴지 기다리는 것도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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