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얄궂은 만남이 또 있을까. 문경은 SK 감독이 연세대시절 단짝이었던 이상민 삼성 감독에게 또 시련을 안겼다.
서울 SK는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서울 삼성을 70-56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3연승을 달린 2위 SK(22승 7패)는 선두 모비스(23승 6패)를 한 경기차로 바짝 추격했다. 최하위 삼성(7승 24패)은 3연패에 빠졌다.
‘람보 슈터’와 ‘컴퓨터 가드’는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콤비였다. 90학번 문경은 감독과 91학번 이상민 감독이 함께 뛸 때 연세대는 무적이었다. 둘은 이미 대학생시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슈터, 가드였다. 여기에 우지원, 김훈, 서장훈 같은 기라성 같은 후배들이 가세했다. 연세대는 1993-94시즌 농구대잔치 결승전에서 정재근, 김상식, 오성식 등이 버틴 형님 상무를 102-96으로 꺾고 대학팀 첫 우승을 달성했다.

연세대 졸업 후 두 스타는 상무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함께 입었다. 필리핀과의 4강전에서 이상민은 역전 버저비터 3점슛을 꽂았다. 문경은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기적 같은 3점슛으로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둘이 함께 뛸 때 한국 농구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공교롭게 선배 문경은은 감독후배 이상민에게 큰 시련을 안기고 있다. 둘은 지난 10월 12일 처음 만났다. 감독 데뷔전에서 오리온스에 패한 이상민 감독은 SK를 만나 78-93로 대패하며 프로 첫 승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11월 26일 3차전에서 문경은 감독은 이상민 감독에게 9연패를 선사했다. 양 팀의 4차전은 이상민 감독이 프로농구 최다 54점 차로 진 다음 경기로 치러졌다. 이보다 얄궂은 운명이 또 있을까.
경기 전 이상민 감독은 “올 겨울 유난히 춥네요. 예전 대학 3학년 때 대학연맹 준결승에서 문경은 감독이 난사를 해서 고려대에게 패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머리를 빡빡 깎았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문경은 감독은 삼성이 어려울 때만 만난다는 질문에 “저도 미치겠다”고 했다. 절친한 후배를 승부에서 이겨야 하는 난감한 심정이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결국 승부는 이번에도 선배 문경은 감독이 승자였다. 패자 이상민 감독은 뒷목을 잡았다. 문경은 감독도 이기고도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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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학생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