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주희정 예우, 삼성이 농구명가인 이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2.26 06: 52

비록 최근 성적은 좋지 않지만 삼성은 농구명가였다.
서울 삼성은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서울 SK에게 56-70으로 패했다. 최하위 삼성(7승 24패)은 3연패에 빠졌다. 삼성은 지난 23일 전자랜드에게 44-100으로 대패하며 프로농구 한 경기 최다 점수차 패배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전 김영기 KBL 총재는 지난 22일 창원 LG전에서 프로통산 첫 900경기에 출전한 주희정에게 특별시상을 했다. 그런데 주희정의 기록달성 시 KBL과 LG측은 아무런 기념행사를 열지 않아 빈축을 샀었다.

논란이 일자 KBL은 늦게나마 총재가 직접 나서 주희정의 공로를 치하했다. 하지만 주희정의 시상 역시 ‘특별시상’이었다. KBL은 여전히 경기수 출전에 대한 시상을 500경기 단위로 하고 있다. 500경기 이상 뛰고 은퇴한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시상법이다.
주희정은 “후배들 중 500경기 출전한 선수가 드물다. 경기수를 시상한다면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더 좋은 플레이도 나올 것 같다. KBL에서 (시상)하는 것 자체가 미흡했던 것 같다. 앞으로 후배들이 좀 더 나은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선배로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수 출전에 대한 시상을 현실화해서 더 많은 후배들이 혜택을 누렸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었다.
반면 원정팀 삼성은 자발적으로 주희정 축하에 동참했다. 팀 분위기가 극도로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이상민 삼성 감독은 주희정에게 직접 축하의 꽃다발을 건넸다. 주희정은 이상민 감독과 같은 1997-1998시즌에 프로데뷔를 했다. 이상민 감독 입장에서도 후배의 대기록 달성이 대견했다. 이 감독은 “주희정이 1000경기까지 출전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주희정은 지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7시즌동안 삼성의 주축전력으로 활약했다. 특히 2000-2001시즌 삼성의 첫 통합우승을 이끌며 챔프전 MVP까지 수상한 레전드다. 삼성출신 주희정의 대기록을 삼성이 직접 챙긴 것은 의미가 크다. 주희정의 영광스런 과거를 재조명하면서 삼성이 농구명가라는 사실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경기 후 주희정은 “이상민 감독님께서 팀도 안 좋은 상태인데 (축하를 해주셔서) 정말 의외였다. 삼성은 제일 오래 뛴 친정팀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남달랐다. 우리 홈인데도 이상민 감독님께서 직접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정말 감사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감격했다. 꽃다발 하나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삼성은 주희정도 살리고 구단의 품격도 올리는 효과를 누렸다. 
SK 역시 하프타임에 주희정을 위해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SK는 주희정 축하 영상을 상영했다. 또 주희정에게 특별 유니폼과 상금을 수여해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주희정은 “좋은 동료들과 뛰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올 시즌 SK의 우승에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어시스트 4개를 추가한 주희정은 통산 5100어시스트(역대 1위)에 단 하나 차이로 접근했다. 주희정은 코트를 밟은 매순간마다 프로농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성탄절 만원관중 앞에서 대기록의 의미를 되새긴 주희정은 팀 승리까지 가져가 기쁨이 두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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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학생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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