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면 로맨스, 분노면 분노. 보면 볼 수록 배우 서인국은 진국이었다.
서인국은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윤수정 연출 윤성식, 차영훈)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여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서인국이 분한 광해는 사랑하는 여인 가희(조윤희 분)가 떠난 사실을 알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전쟁이 일어난 조선 땅에 가희가 위험할 거라는 것을 직감한 광해가 그를 찾아갔지만 이미 가희는 떠나고 없었다.

가희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한 광해는 "그래, 그 곳이 더 안전할지도 모르지"라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랑하는 여인이 떠났다는 슬픔, 그리고 그 여인이 전쟁 통에 안전할 것이라는 안도 등의 모습이었다.
잠시 아련해졌던 모습에 이어 군주로서의 덕목을 점차 갖춰나가는 광해의 단단한 모습이 그려졌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서 비굴함을 보이는 선조(이성재 분)와 비교되는 광해의 강인한 모습이 더욱 이를 부각시켰다.
선조는 경상남도가 왜군에 의해 함락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파천(도성을 버리고 왕이 피란길에 오름)을 결심했다. 하지만 왕으로서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다는 파천을 스스로 말할 수 없었던 그는 영의정에게 살짝 자신의 뜻을 흘려 신하들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파천을 결정하는 모양새로 만들어나갔다.
백성을 버리고 왕이 한양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한 광해는 분노했다. 그는 선조와 신하들이 모여 있는 편전을 박차고 들어가 "파천은 아니된다. 백성들이 아바마마를 하늘같이 떠받드는 것은 아바마마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라고 소리쳤다.
또한 현실적으로 파천을 해야 한다는 신하들에게 "도망칠 궁리만 하고 지켜내려는 노력은 안 하겠다는 것이요"라며 꾸짖는 모습도 보였다.
백성을 위한, 그리고 정치가로서의 승부수도 띄웠다. 그는 선조에게 "돌아올 경우 백성들이 폭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아바마마는 피치 못해 한양을 떠나지만 사랑하는 아들, 즉 세자는 남겨놓겠다고 해야 한다. 그 세자는 내가 될 것"이라고 세자 책봉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광해가 전쟁 속에서 죽을 지도 모르는 운명이긴 하지만 살아남는다면, 그가 보위를 이어받는 것이 되기에 광해의 이런 승부수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과정에서 광해를 연기하는 서인국의 카리스마가 빛이 났다. 앞서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눈물을 보이던 '여린 남자'는 온데간데 없이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 정치가로서의 승부수 등 카리스마 넘치는 광해를 서인국은 제대로 표현해냈다.
앞서 '고교처세왕'을 통해 코믹과 멜로를,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상남자와 멜로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 작품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중이다. 알면 알 수록, 까면 깔 수록 매력적인 양파 같은 서인국의 매력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한편 '왕의 얼굴'은 서자 출신으로 세자에 올라 16년간 폐위와 살해 위협에 시달렸던 광해가 관상을 무기 삼아 운명을 극복하고,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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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얼굴'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