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와 땅콩회항’ 사태를 보며, 온라인시대 ‘골든타임’은 따로 있다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4.12.26 16: 10

땅콩 때문에 한 거대 항공사의 이미지가 추락 직전까지 몰렸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땅콩 회항 사건은 사건도 사건이지만 대한항공의 전근대적인 위기 대응 시스템이 사태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이 ‘땅콩회항’ 사건에서 보인 대응 방식은 지극히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었다. 온라인시대 위기 대응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여론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 온라인 시대의 위기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전문가는 ‘즉시성’ ‘솔직성’ ‘선제성’을 온라인 시대 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본다.

사건 발생과 동시에 반응이 나와야 하고, 잘못한 게 있다면 솔직히 인정을 해야 하며, 선제적으로 향후 대책을 마련해 비판 여론이 확산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태를 되돌아 보자.
벌써 3주째다. 지난 7일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땅콩회항’ 사건. 현지시간 5일 승객 신분이었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봉지 째 서비스 된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되돌렸다. 직원에게 폭언도 했다. 26일 현재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러나 이런 가상 시나리오라면 어땠을까? ‘땅콩회항’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즉시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공개석상에서 고개를 숙인다. 눈물을 흘리며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죄한다. 아마 지금쯤 ‘대한항공’과 ‘조현아’ 라는 키워드는 여론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현실은 이랬다. ‘땅콩회항’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며 대한항공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사건 발생 이튿날인 7일을 그냥 보냈다. 사태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 8일도 오후 9시가 돼서야 반쪽짜리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속하지 않았다. 또 사건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의 사과는 없었고 조 전 부사장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진정성까지 없었다. 총체적인 실패.
대한항공과 달리 위기 대응에 성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예도 있다. 똑같은 회항이었지만 ‘사과회항’의 방식은 달랐다.
현대캐피탈의 개인 정보 해킹 사건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른바 ‘사과회항’으로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2011년 175만 명의 이용자 정보가 해킹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태영 사장은 해외 출장 중이었지만 즉시 귀국해 사과했다. 전면에 나서 일련의 대책도 발표했고 이용자들이 안심하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교수는 “기업에 위기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처한 상황을 소비자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면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 위로나 격려를 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대, 정보는 소비자에게 빠르게 노출된다. 파급 효과는 걷잡을 수 없이 광범위하다. ‘땅콩회항’이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전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 점이 이를 보여준다. 선제적이고 신속한, 그리고 진정성 있는 대응이 대한항공에는 없었다. 거대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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