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한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이 개봉 9일 만인 25일까지 285만 명을 끌어 모으며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천만 영화가 될지는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지만, 개봉 후 남녀노소로부터 좋은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JK필름과 CJ는 2, 3주차 스코어가 더 높아지는 스노우볼 효과가 나타난다면 천만도 거뜬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별 관객 추이와 스크린 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별개로 ‘국제시장’을 본 젊은 관객들 사이에선 다양한 관람평이 쏟아지고 있다. 대체로 ‘우리 아버지 세대에게 정말 저런 파란만장한 일이 벌어졌느냐’며 놀랍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각종 커뮤니티에도 ‘국제시장에 나온 현대사가 어디까지 사실이냐’ ‘파독 광부와 간호사 커플이 실제로 있었나’ ‘우파 보수 계열 영화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등 영화와 관련된 궁금증과 답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제시장’이 재현해낸 굵직한 한국 현대사 중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두 장면도 덩달아 화제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흥남부두 철수 장면의 주역 메러디스 빅토리호도 그 가운데 하나다. 피난민을 싣고 가장 마지막으로 흥남부두를 떠난 7600톤급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23일, 1만4000명의 민간인을 태우고 흥남항을 출발해 이틀 후 무사히 거제도에 도착했다. 당시 배에선 신생아도 태어났다.
‘크리스마스 카고’라는 작전명이 붙었던 이 구출 미션은 당시 미 10군단의 민간 고문 중 한 명이었던 현봉학의 설득 덕분에 가능했다. 배에 실렸던 군수물자와 무기를 모두 하선하고 대신 부두에 모여 있던 피난민을 태워 인류애를 발휘한 구출 작전으로 오래도록 회자됐다. 단일 선박으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한 기록이었다.
또 하나의 기네스 기록은 KBS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다. 1983년 6월 30일 ‘누가 이 사람을 아시나요’라는 타이틀로 시작된 생방송은 애초 7월 1일 새벽 1시까지 3시간 정도 전파를 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산가족을 찾는 문의와 행렬이 예상을 뛰어넘자 KBS는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그해 11월 14일까지 총 453시간 45분 동안 특별 방송했고 이는 단일 주제 생방송 세계 신기록이 됐다. 이 방송에는 총 10만952건의 안타까운 사연이 접수됐으며 1만180여 이산가족이 피붙이를 찾아 당사자는 물론 시청자들도 함께 오열했다. 당시 40대였던 김동건이 이 방송의 대표 아나운서였다.
윤제균 감독은 26일 “영화를 찍으면서 이렇게 엄숙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흥남부두의 구슬픈 노래 가락을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시장이 천만 영화가 되는 것보다 부모님 세대가 우리를 위해 이렇게 헌신했다는 사실을 많은 자녀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게 제가 이 영화를 연출한 진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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