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야구는 계속된다. 그라운드는 고요하지만, 전력을 보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구단과 선수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그래서 MLB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명장 얼 위버는 "감독은 12월에 승부를 결정짓는다. 7월에는 패하지 않으려고 애쓸 뿐"이라고까지 말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승리라는 같은 지향점을 두고 서로 다른 방법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역대 최고 호황을 이뤘던 FA 시장과 kt의 20인 외 특별지명, 방출, 군입대 등 선수단 이동도 잦았던 2014년 겨울, 구단들은 얼마나 구멍을 메웠을까.
4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전력누수가 심했다. FA 시장에서 배영수와 권혁이 팀을 떠났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두터운 선수층 덕분에 어떻게든 전력보강이 가능하다는 점.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차우찬이 건재하고 있으며 정인욱과 박민규의 전역으로 마운드는 빨리 채워졌다. 유망주 정현의 유출도 큰 타격은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에이스 밴덴헐크가 떠났다는 점이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리그를 지배하는 강속구 투수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넥센은 장시환이 kt로 가고 강윤구가 육군훈련소로 향했지만 가장 큰 타격은 강정호다.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야수 강정호가 빠진다면 공수 모두 큰 타격이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계약협상을 앞두고 있는 강정호, 만약 계약이 성사된다면 한국야구의 경사지만 넥센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민이 강정호 자리를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누구도 강정호 공백을 100% 채울 수는 없다.
NC는 외야수 권희동이 군입대를 했고 우완 이성민이 kt로 향했다. FA 시장과 자유계약 등 시장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NC는 내부자원으로 수혈을 할 예정. 사실 NC의 가장 큰 공백은 테드 웨버다. 내년부터 NC는 외국인선수를 3명밖에 못 쓰는데, 눈물을 머금고 웨버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웨버가 선발 등판한 24경기와 118이닝을 토종투수 누군가가 소화해야 한다.
LG는 외야 유망주 배병옥이 kt로 이적했고 베테랑 임재철과 김선우도 팀을 떠났다. 시즌 막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박경수는 FA 시장에서 kt의 부름을 받았는데,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딱 맞는 선수다. 무엇보다 가을야구에서 하얗게 불태운 신정락의 군입대가 뼈아픈데, 신규영입 외국인투수 루카스 하렐과 헨리 소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SK는 한동민이 군입대를 했고 김상현이 kt 지명을 받고 팀을 떠난 게 전부. FA 시장에서 최정과 김강민, 조동화 등 자팀 선수를 모조리 붙잡아 전력누수를 최소화했다. 나주환과 이재영은 아직 미계약 상황이지만 SK 복귀가 유력하다. 오히려 정우람을 필두로 한 전역선수 군단이 천군만마와 같다. 외국인선수들이 올해처럼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면 이번 겨울 영입작전은 대성공이다.
두산은 주전급 선수들이 다수 팀을 떠났다. 마운드에서는 이용찬, 홍상삼(군입대), 정재훈(보상선수), 정대현(kt 특별지명)이 이탈했고 주전 3루수 이원석도 군입대를 했다. 최근 1군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김동주까지 두산 유니폼을 벗은 상황. 대신 거물급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해 좌완 왕국을 꿈꾸고 있으며 무주공산이 된 3루는 수많은 유망주들이 노리고 있다. 외국인타자도 1루수 혹은 3루수로 데려올 예정. 문제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는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이다.
롯데 역시 전력누수가 심했다. 장원준, 김사율, 박기혁 등 자팀 FA 3명을 모두 내보냈다. 백업포수 용덕한은 kt 안방마님이 됐고 전준우와 신본기, 김사훈은 군입대를 했다. 장원준이 떠난 뒤 선발진 두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지만 보상선수로 정재훈을 데려와 김사율 공백을 메웠다. 전준우가 떠난 뒤 짐 아두치와 임재철이 롯데 유니폼을 입어 외야를 채웠고, 백업포수는 장성우가 건재한 가운데 윤여운이 군복무를 마쳤다. 과제는 신본기, 박기혁이 나간 뒤 생긴 백업 유격수 찾기다.
KIA는 키스톤 콤비가 한꺼번에 군대에 갔다. 안치홍과 김선빈의 공백은 기존 선수들로 100% 메우는 게 쉽지는 않다. 게다가 3할치는 준족 외야수 이대형을 kt로 보낸 건 여전히 미스터리. FA로 한화에 간 송은범, 그리고 군복무를 하게 된 박경태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전망.
한화는 김혁민이 군대로 향한 대신 양훈이 제대를 해서 바통터치를 했다. 포수 김민수(보상선수), 사이드암 임기영(보상선수), 좌완 윤근영(kt)가 팀을 떠났지만 대신 FA 시장에서 배영수와 권혁, 송은범을 사와 큰 손으로 거듭났다. 그 밖에도 자유계약으로 임경완과 권용관, 황선일, 이주호 등을 데려와 착실하게 전력을 채웠다. 과제는 펠릭스 피에 빈자리 채우기, 일단 기량은 검증된 나이저 모건을 데려오긴 했는데 적응여부가 관건이다.
끝으로 kt는 이번 겨울동안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했다. 9인의 특별지명과 4인의 외국인선수가 전력의 뼈대가 될 전망이다. 정현(내야수), 장시환, 이성민, 정대현, 윤근영(이상 투수), 배병옥, 김상현, 이대형(이상 외야수), 용덕한(포수)으로 특별지명을 채웠고, 앤디 시스코-필 어윈-크리스 옥스프링(이상 투수)-앤디 마르테(내야수)로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다. 장성호까지 영입, 일단 팀 뼈대는 갖춘 k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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