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 리드오프로 ‘완생’ 이룰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2.27 06: 48

“오지환의 모습을 켐프에서 체크한 후 1번 타순을 정할 계획이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의 머릿속에 2015시즌 1번 타자는 공란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양 감독은 지난 23일 2015시즌 리드오프 자리를 놓고 정성훈이 아닌, 오지환을 1번 타자를 생각하고 있는 듯 말했다. 1번 타자 변화로 이미 대성공을 거뒀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정성훈은 2014시즌 도중 리드오프로 깜짝 변신했다. 1번 타자로 나선 455타석에서 타율 3할5푼4리 출루율 4할4푼4리를 기록했고, 홈런까지 6개를 터뜨렸다. OPS .988의 출루머신으로 LG가 대반전을 이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귀신같은 선구안으로 상대 투수의 실투를 안타로 연결, 하위타선이 찬스를 만들면 점수를 뽑았다. 4번 타자 같은 1번 타자 정성훈으로 인해 LG는 꾸준히 빅이닝을 만들었다.

물론 전통적인 1번 타자와는 거리가 있었다. 정성훈은 2014시즌 도루 10개를 기록했다. 정성훈 이전에 1번 타자를 맡은 박용택 또한 리드오프로서 타율 3할3푼9리 출루율 4할3푼7리로 맹활약했는데 일 년 동안 도루는 11개였다. 2003시즌과 2005시즌 40도루 이상을 기록했으나 시간이 흐른 만큼, 주력에 있어서는 당시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양 감독이 오지환을 1번 타자 후보로 낙점한 것도 주력 때문이다. 오지환은 팀 내에서 가장 빠른 다리를 자랑한다.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했고, 2013시즌에는 30도루를 달성하기도 했다. 만일 오지환이 꾸준히 출루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1번 타자가 될 수 있다. 주력과 장타력을 모두 겸비한 LG의 새로운 돌격대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사실 오지환은 이전에도 몇 차례 1번 타자로 출장했다. 2012시즌 후반기 1번으로 타순이 고정됐고, 2013시즌과 2014시즌에도 리드오프로 각각 100타석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3년 동안 1번 타순에서 타율 2할3푼4리 출루율 3할4푼에 그치면서 결국에는 하위타순으로 자리를 옮기곤 했다.
그 누구도 오지환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수비에서 일취월장, 오지환은 LG에 없어서는 안 되는 유격수가 됐다. 한국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처럼 수비와 관련된 세밀한 기록(UZR)이 도입됐다면, 이를 통해 나타나는 오지환의 수비력은 분명 엄청날 것이다. 에러와 수비율만으로는 확실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인선수 사도스키 또한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메이저리그식 수비 스텝에는 오히려 오지환이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양 감독은 시즌 중 오지환의 수비에 만족을 표하며 “지환이가 수비에서 힘을 빼는 데 성공했듯이, 내년에는 타석에서도 힘을 빼게 만들 것이다. 2루타 머신이 되도록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2013시즌부터 오지환은 대부분의 타구를 미리 계산한 듯 가볍게 처리했다. 다리가 빠른 타자의 타구는 전력으로 송구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여유를 갖고 1루수에게 공을 던졌다. 선행 주자를 잡는 것도, 미리 타구의 범위를 그려놓은 뒤, 범위 안에 타구가 왔을 때만 모험을 걸었다.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범위에 경험이 더해지면서 빛을 냈다.
그러나 타석에선 기복이 크다. 한창 잘 맞을 때에는 홈런도 몰아치며 괴력을 발휘하지만, 한 번 밸런스가 무너지면, 오랫동안 고전한다. 2014시즌 4월 타율 2할9푼4리·6월 2할9푼3리·9월 3할2푼3리·10월 3할1푼6리를 찍은 반면, 5월 2할4푼7리·7월 1할8푼9리·8월 2할2푼9리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안 좋을 때는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 공에 파울을 치거나 헛스윙을 하는 모습도 나왔다.
오지환은 이 부분을 두고 “예상했던 치기 좋은 공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곤 한다. 연습 때나 한창 잘 맞을 때는 불필요한 힘을 빼고 치는데, 나도 모르게 지나치게 세게 스윙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힘을 빼야 한다”는 양 감독의 과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많은 이들이 오지환을 두고 스케일이 큰 선수라고 평가한다.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힘을 지녔고, 도루 능력도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오지환이 20-20을 찍을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전임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 대부분도 LG의 미래를 이끌 선수로 주저하지 않고 오지환을 꼽는다.
그래서 오지환은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 수비에선 대체불가지만, 타격 재능은 폭발하지 않았다. 양 감독의 의도대로 오지환이 완성된 1번 타자가 됐을 때, LG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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