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덴헐크와 삼성의 아름다운 이별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12.27 10: 53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 릭 밴덴헐크와 삼성 라이온즈 모두 아름답게 이별의 악수를 나눴다.
밴덴헐크는 올 시즌 평균 자책점 및 탈삼진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삼성의 통합 4연패 달성에 큰 공을 세웠다. 류중일 감독이 그토록 바라던 외국인 선발 특급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가 마운드에 오를때마다 승리를 직감할 만큼 믿음직한 에이스였다.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었다. 성실한 훈련 태도와 문화를 빠르게 이해하고 동료들과 융화되기 위한 자세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었다. 게다가 아내 애나는 헐리우드 스타 빰칠 만큼 외모가 출중하다.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모국으로 떠나는 게 대다수. 하지만 밴덴헐크는 달랐다. 그는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The-K 호텔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및 신인왕 시상식에 참석했다. "뛰었던 팀과 함께했던 동료들을 대표해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는 게 밴덴헐크의 생각. 그는 삼성 재계약에 관한 물음에 "삼성은 굉장한 팀이고, 좋은 조직이다"면서 "나는 FA다.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 삼성과 대화할 것이다. 여기서 뛰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일본 구단들이 그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비롯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라쿠텐 골든이글스 등 복수 구단이 밴덴헐크를 영입하기 위해 작업에 나섰다. 승자는 일본시리즈 우승팀인 소프트뱅크.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밴덴헐크는 소프트뱅크와 2년간 총액 4억 엔에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구단과 계약할 경우 삼성 측에 미리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던 밴덴헐크는 구단 측에 먼저 연락을 했다. 그리고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 뿐만 아니라 배팅볼 투수, 불펜 포수 등 훈련 보조 요원까지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네덜란드에 놀러 온다면 언제든지 우리 집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주장 박석민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더 좋은 조건으로 갔으니 잘 되길 바랄 뿐"이라며 "소프트뱅크에 (이)대호형도 있으니 밴덴헐크가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 역시 밴덴헐크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구단 측은 시즌 초반부터 밴덴헐크와 재계약을 추진해왔다. 밴덴헐크를 잡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역대 최고 예우에 가깝다는 게 구단 안팎의 전망. 그리고 구단 측은 밴덴헐크의 잔류를 위해서는 아내 애나의 마음을 잡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애나가 대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역 유관 기관과 협의해 일자리 알선 및 홍보 대사 역할까지 제공할 계획까지 구상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밴덴헐크는 소프트뱅크와 2년간 총액 4억 엔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계약 내용을 축소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다. 류중일 감독은 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초 언론에 알려진 재계약 내용은 2년에 4억엔이지만 그보다 2배 많은 8~9억엔을 소프트뱅크 측이 제시한 것 같다"면서 "구단에서 헐크를 잡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막대한 자금 공세를 당해낼 수 있는 팀이 어디 있겠나"고 아쉬워 했다. 구단에서도 할 만큼 했다.
앞서 말했듯이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 밴덴헐크와 삼성 모두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나눴다. 이는 타 구단에도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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