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가수 임시완이 '미생' 속 장그래와 자신을 비교했다.
임시완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정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실제 나와 장그래의 싱크로율은 80% 정도가 아닐까 싶다"며 "처음엔 싱크로율이 100%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100%라고 말씀드리기 죄송하다. 드라마와 프리퀄을 합쳐 5개월 동안 장그래로 산 사람이기 때문에 후하게 따져 80% 정도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생'의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부터 장그래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 보다는 '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며 "모든 작품의 성공의 척도가 시청률이나 관객수는 아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미생'은 시청률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충분히 만족하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미생' 이후 그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임시완은 "바둑으로 따지자면, 내가 꼭 필요한 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게 생겼다는 안도감이 생긴 것이다. 때문에 행여나 나를 필요로 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때가 오더라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임시완은 오히려 장그래를 통해 자신의 지난 날을 봤다. 그는 연습생 시절을 떠올리며 "장그래처럼 '죽을만큼 열심히 하면 되겠지'란 생각을 한 적 있다. 여느 사회 생활이 그렇듯이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 때론 정의를 외면해야 할 때도 있고, 눈치를 봐야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어 "연예계에 입문하면서, 나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돌이라고 생각했다.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을 때, 연예계 생활을 계속 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도 있었다"며 "그 부분이 장그래 흡사한 지점이었다. 그런 경험을 살려서 장그래를 공감하면 되겠구나 했다. 나중에는 나보다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훨씬 강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직장 생활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주어진 일에 자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겠다"고 마무리해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내가 완전한 장그래"라고 생각했던 그는 "초반 즈음에는 내가 곧 장그래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해주는 시청자들을 발견했다. 내가 장그래여서 공감을 이끌어 낸 게 아니라, 시청자 분들이 장그래였기 때문에 공감을 해준 거였다. 감히 내가 장그래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실제 '장그래'들에게 죄송하다. 드라마를 보고 공감하셨던 모든 시청자 분들이 장그래였지 않을까 싶다"고 모든 공을 시청자들에게 돌렸다.
지난 20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유쾌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맡았다. 임시완은 극중 고졸 출신 신입사원 장그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생'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22일 세부로 4박5일 포상휴가를 떠나 26일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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