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을 불러일으킨 tvN '미생'이 남다른 '때깔'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디테일'이었다.
지난 27일 방송된 '미생' 스페셜 '나는 아직 미생' 2부 '예스, 더할 나위 없었다!'는 제작진이 디테일을 얼마나 중시하고 '집착'했는지 보여줬다.
작가는 직접 사무실에 출근을 시켰다고 했다. 정윤정 작가는 "서브작가들을 한달 동안 종합상사에 파견했다. 똑같이 출퇴근하고 업무 같이 하고 회식 자리 모임 자리 빠짐 없이 다니면서 업무적인 스킬 뿐 아니라 그들의 정서까지도 갖고 올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극화 과정에서 원작의 매력을 훼손하지 않게도 크게 노력했다고 했다. 정 작가는 "원작의 약한 서사가 드라마화로 하기엔 약점이었다. 드라마로 창작하면서 강한 갈등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러면 원작과 달라질 수 있었다. 다르게 갈 수도 있었지만 감독님은 그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김원석 감독은 "원작 웹툰은 정글같이 전쟁터같이 표현된 직장에서 계속 새로운 적이 나타나는데 사실 60명도 적었다"고 드라마화의 고충을 밝혔다.
일반 드라마 작법을 피하가면서도, 대신 디테일을 최대한 살려서 다른 드라마보다 '약한' 갈등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촬영 현장에는 자문도 있었다. 실제 상사맨의 일상을 잘 아는 사람이 배우들의 자문을 맡아준 것. 임시완은 상사가 부를 때마다 일어서서 답을 하는 게 맞는지 물었다. 제스쳐, 태도 하나하나까지 실제 직장인들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술, 컴퓨터그래픽도 디테일에 힘썼다. 치약 칫솔까지 실제 사용하던 것처럼 보이려고 신경쓰는 미술팀의 모습이 공개됐다. 별명은 '극세사 디테일'. 새 세트장도 일부러 헌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자연광을 위해 세트장을 하나 더 만들기도 했다. 남양주와 서울스퀘어에서 두 곳을 만들어, 남양주에서는 내부 촬영 위주로, 서울스퀘어에서는 외부 자연광이 필요한 씬 위주로 촬영한 것. 대우인터내셔널 홍보팀 직원은 "사무실이 실제 회사와 판박이였다"고 감탄했다.
오상식의 빨간 눈도 CG로 탄생했다. 이성민은 "눈을 빨갛게 하기 위해 블러드라는 안약도 넣어보고 했는데, 길게 유지되지 않더라. 감독님께서 원작에 대한 존중으로 오상식의 빨간 눈을 곡 하셔야 한다고 해서 이 방법 저 방법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빨갛게 충혈된 눈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미생'이 방영되는 내내 배우들의 열연과 명대사가 화제를 모았지만, 사실 이는 제작진이 다른 드라마보다 3~4배 더 꼼꼼하게 챙겨온 디테일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자사 드라마에 대한 다소 과한 자화자찬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국내 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게 분명한 '미생'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이성민은 "'미생'은 진짜 어디가서 배우들이 잘한 드라마라고 하지 않을 거다"라며 제작진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배우들이 스태프에게 공을 돌리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성민의 이 멘트는 그리 '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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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스페셜 방송.